18일 예술인·행정·의회 간담회 개최...“대안 가능한 대면·비대면 행사 개최” 요구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18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문화예술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18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문화예술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2차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 행사 전면 취소’ 기준을 세운 가운데, 예산 조정 마감 시점을 코앞에 두고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간담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지금 열리는 간담회가 과연 올바른 자리인지 의문”이라며 행정·의회 모두에게 큰 실망감을 보인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방역 범위 안에서 대면·비대면 행사를 열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18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문화예술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제주도의 문화 행사 취소 방침에 대한 반응을 듣고 대안도 찾기 위한 자리다. 제주도는 코로나19 감염병에 대비하는 2차 추경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재원 마련을 이유로 크고 작은 문화 행사 지원금을 전면 삭감 조치할 방침이다. 그 규모는 약 120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무대, 음향, 조명, 영상 등 도내 50여개 업체는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1일 일방적인 예산 칼질 대신 구체적인 대안을 찾자는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도내 문화 예술 대표 단체와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선영 제주예총 회장, 윤봉택 제주예총 부회장, 강경모 제주예총 사무처장,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정책위원장, 양동규 4.3예술축전 총감독, 오상운 극단 예술공간 오이 대표, 김명수 이다 대표, 박수범 피컴백스 대표, 홍성일 오렌지미디어 대표가 자리했다.

제주도에서는 현경옥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의회는 이경용 위원장과 양영식, 강민숙, 문종태, 박호형, 이승아 의원 등 문광위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모인 문화 예술계 인사들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상황을 공유하고,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성토했다. 그런데 제주도는 ‘22일까지 온라인 예산 시스템에 추경안을 입력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참석자들의 반발을 샀다. 더욱이 간담회 1시간 전에 제주도가 ‘문화예술 분야 도지사 특별명령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궁색한 물타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 6월 중순에야 열리는 코로나 예술인 간담회

이종형 이사장은 “정부의 여러 통계 자료를 봐도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예술인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제주는 상반기까지 코로나로 인해 소득 제로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하반기 사업마저 취소한다면 숨통조차 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현장 예술인과 소통이 하나도 없다”며 “예술인들에게 먹고 사는 것, 소득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자존감이 정말 중요하다. 제주도의 행사 취소는 자존감을 여지없이 앗아간다”고 꼬집었다.

김선영 회장은 "탐라문화제는 59년 역사에서 한 번도 빠짐 없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에 맞게 새로운 기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방역을 준수하며 치를 자신감이 있다"며 "사회 질서가 무너지면 잠시 혼란이 찾아오지만 공권력 등의 노력으로 금세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회의 문화가 무너지면 나락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문화 예술은 단순해보이지만 개개인 삶 속에 배어있는 정신을 공유하는 장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표는 “제주도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쓰는 예산이 약 170억원으로 안다. 지금 문화판에 종사하는 관련 산업 청년 종사자들이 다 실업자로 내몰리게 생겼다. 주변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심각한 가정 문제를 겪는 경우도 있다”며 “길게는 1년 전부터 행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취소되면 인건비도 받지 못한다. 상반기에 문화 행사를 추진하면서 행정과 맺은 표준계약서 양식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 맞는 계약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문제 삼았다.

밴드 사우스카니발 리더 겸 제주대중음악협회 회장 강경환은 “지난해 사우스카니발 활동으로 1억7800만원을 벌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수익이 0원이다. 버티다 못해 폐업을 생각했는데 지난해 부가세 같은 세금을 내야 폐업할 수 있다고 한다”며 “제주에서 가장 수익이 많은 편에 속하는 밴드조차 폐업해야 하는 처지인데 지역의 다른 모든 대중 뮤지션은 정말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문화 행정 당국의 '일방통행' 일처리 방식을 꼬집는 성토도 높았다.

윤봉택 부회장은 “진정 당국이 문화예술인을 생각한다면 애로사항을 먼저 듣고 대안은 무엇인지 받아놓고 나서, 기준에 합당하지 않을 때 취소한다면 예술인 입장에서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 예술을 지키겠다고 하면 누가 행정을 신뢰 하겠냐”며 “대체 누굴 위해서 이렇게 칼을 마구 휘두르나. 이번 사태는 제주 문화 예술계에 엄청난 비극이다.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마이스 분야를 대변한 박수범 대표는 “비대면은 가장 최소한의 조치라고 본다. 마이스, 컨벤션은 제주도정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활성화를 강조해왔다. 컨벤션은 오프라인을 전제로 하는 산업인데, 무조건 모으지 말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엄격하게 방역 기준을 지키면 된다. 지난 주 열린 제주카페스타도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시스템 업계를 대표한 홍성일 대표는 “행정은 온라인 중계를 강조하는데 온라인은 특정 업체만 해당하지 행사 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정도 수준을 지키면 행사가 가능하다’는 소통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행정은 현실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제라도 소통 부족을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오상운 대표는 “문화 예술인 간담회가 과연 올바른 시기에 열리는지 궁금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너무 늦었다. 오늘 자리도 언론에서 잇달아 보도하니 만들어진 게 아니냐”면서 “대략 2년 전부터 행정·의회와 예술 현장이 만나는 자리가 정말 적어졌다. 소통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사업별로 콕 집어서 제주도로부터 예산을 받았는데, 올해부터 달라졌지만 내년에도 제주도로부터 예산을 통으로 넘겨받았으면 한다. 그래야 재단이 긴급한 상황에 스스로 빨리 대처할 수 있겠다. 지금은 사업 정산하는 세무서 수준이어서 재단이 예술인을 위해 존재하는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강경모 사무처장 역시 “비대면, 온라인에 맞는 탐라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제주도는 당장 계획을 보내라고 하니 밤을 새면서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족히 한 달을 쏟아 부어도 제대로일지 모르는데 행정은 직전에서야 당장 대안을 내놓으라고 한다. 부디 소통하면서 문화 현장을 위한 대안을 찾아가자”고 피력했다.

# 방역 부합하는 대면 방법은 왜 고민 안하나

현장에 모인 문화 예술계 인사들은 온라인이나 몇몇 아이디어에 국한된 비대면에 매몰되지 말고 안전한 대면 행사도 찾자고 신신 당부했다. 하지만 문화 부서 공직자들은 기존 방침만 반복하고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명수 대표는 “춘천마임축제는 강원도와 협의 끝에 100일 동안 100곳에서 여는 방법으로 바꿨다. 그런데 지금 제주도의 문화 행사 비대면 기준은 구체적으로 일선 현장에 제대로 전달된 적이 없다”며 “비대위 차원에서 비대면의 대안이 될 만 한 사례들을 찾아놨다.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종형 이사장은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과 문화정책과장에게 부탁드린다. 비대면 온라인으로만 예산을 꾸리지 말고, 가능한 대면과 비대면을 적절히 혼합해서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그래야 현장 예술가들도 자존감을 가지고 활동한다. 참고 사례를 찾아서 적용하는 시도가 함께 이뤄져야지 모든 행사를 비대면으로 가고 나머지는 삭감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추경 예산안 마감 시점이 자체 온라인 시스템에 입력하는 22일 오후라고 말해 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 도지사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지만, 촉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22일 전까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겠냐”는 강민숙 의원의 질문에 현경옥 국장은 “현재 지출 구조 조정에 대해 각 실과에서 조정 필요 사유를 정리해 예산부서로 제출하고 있다. 예산을 삭감해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작성하는 것인데 22일 월요일 오후 2시까지 예산 조정안이 시스템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동현 정책위원장은 “정해진 행정 시스템이 있으니 결국 행사 예산은 삭감하겠다는 뜻 아니냐. 가던 길 계속 간다는 의미나 다름없는데 대체 간담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분개했다.

결국 이경용 위원장이 “거리를 충분히 두고 방역 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행사라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만약 제주도가 대안 마련 없이 삭감을 강행한다면 향후 예결위 심사에서 그냥 있지 않겠다. 이렇게 예산부서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서면 제주도지사가 타깃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문광위 의원 가운데 3명이 예결위에 속해 있으니 오늘 모아진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하겠다. 문화예술 부서 역시 발전적 대안을 하루 빨리 지사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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