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문인협회(회장 안정업) 서귀포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한기팔)는 제10회 서귀포문학상 수상작으로 오승철 시인의 <오키나와의 화살표>를 선정했다.

지난 20일 열린 서귀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올해부터 새로운 후보 선정 기준을 적용했다. 최근 1년간 <서귀포문학> 지에 발표된 회원들의 작품 중에서 후보를 골랐다.

그 결과 ▲송현숙의 <할머니> ▲윤봉택의 <저녁바람 써능헌다>(이상 시 부문) ▲오승철의 <오끼나와의 화살표>(시조 부문) ▲김상호의 <격정 억누루기>, ▲정영자의 <벚꽃이 질 때>(이상 수필 부문) 등 다섯 편이 본선에 올랐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오승철 시인 작품을 선정했다.

오키나와의 화살표
오승철

오키나와 바다엔 아리랑이 부서진다
칠십 여년 잠 못 든 반도
그 건너
그 섬에는
조선의 학도병들과 떼창하는 후지키 쇼켄*

마지막 격전의 땅 가을 끝물 쑥부쟁이
“풀을 먹든 흙 파먹든 
살아서 돌아가라”
그때 그 전우애마저 다 묻힌 마부니언덕

그러나 못다 묻힌 아리랑은 남아서
굽이굽이 끌려온 길,
갈 길 또한 아리랑 길
잠 깨면 그 길 모를까 그려놓은 화살표

어느 과녁으로 날아가는 중일까
나를 뺏긴 반도라도
동강 난 반도라도
물 건너 조국의 산하, 그 품에 꽂히고 싶다

* 후지키 쇼켄 :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소대장으로 참전했으며, 조선학도병 740인의 위령탑 건립과 유골 봉환사업에 일생을 바쳤다.   

한기팔 심사위원장은 “오승철 시인 작품은 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한국의 젊은이들의 죽음과 전쟁이 끝난 지금도 그들의 유해가 아직도 이국땅에 묻혀있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시인의 눈으로 형상화한 역사성이 짙은 서사적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오승철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모처럼 서귀포의 저녁불빛을 받아들 듯 겸허히 서귀포문학상을 받는다. 서귀포에서 ‘정방’이란 이름으로 동인 활동을 하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꾼 지 반세기 만의 일”이라며 “내 문학의 성소인 서귀포, 그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주는 ‘서귀포문학상’을 받기엔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알기에, 염치없음을 자책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인 활동이 녹아있는 추억의 다방에서 동인 시화전을 열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오승철 시인은 1957년 서귀포 위미리에서 태어나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오키나와의 화살표》, 《터무니 있다》, 《누구라 종일 홀리나》 등을 발간했다. 중앙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귀포문인협회장,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을 지냈다.

시상식은 9월 5일 서귀포문학제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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