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 토론회서 역사가치 부여한 다크투어 성지 주장

22일 열린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강순석 소장, 조성윤 교수, 김동현 문학평론가(사회자), 김태일 교수, 김유정 소장, 안은주 상임이사.
22일 열린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강순석 소장, 조성윤 교수, 김동현 문학평론가(사회자), 김태일 교수, 김유정 소장, 안은주 상임이사.

뉴오션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 시도에 몸살을 앓아온 제주 송악산을 ‘송악산 이중화산 도립공원’ 등 공유지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2일 오후 3시부터 ‘송악산 개발반대 지역대책위원회’,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주체로 서귀포시 대정읍 웅비관에서 열린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 소장이 ‘공유화 담론으로 봐야 할 송안산’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동북아의 중심에 있는 제주는 과거 군사 요충지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은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일대 등 많은 군사시설물을 설치해 도민사회를 수탈했다. 
 
또 송악산 주변에서는 4.3과 6.25 한국전쟁 당시 제1훈련소 흔적지 등이 있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아직도 송악산 곳곳에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뚫은 진지동굴 등 숱한 군사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모슬포 일대의 경우 1985년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송악산 일대를 관광 지구로 지정했다가 1988년 관광 지구 지정을 취소했다. 당시 정부는 관광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군사기지와 비행장 건설 계획으로 대체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 도내 시민사회 모두 격렬하게 반대 운동을 펼쳤고, 1990년 정부가 군사기지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에도 송악산 일대는 지금까지도 해상관광지, 호텔, 리조트, 놀이공원 등 다양한 개발 계획에 시달려 왔다.
 
22일 열린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강순석 소장, 조성윤 교수, 김동현 문학평론가(사회자), 김태일 교수, 김유정 소장, 안은주 상임이사.
김유정 소장이 송악산 일대를 공유지로서 관리하고, 다크투어리즘 성지로 선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유정 소장은 이날 토론회 나서 송악산 일대를 공유화해 다크투어리즘의 성지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외자유치는 땅과 콘텐츠를 외국에 넘기는 일인데, 선호할 일만은 아니다. 콘텐츠가 넘치는 제주에서 외자 유치의 허황된 사례로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제주시 탑동, 송당 온천 유원지, 김녕 묘산봉 관광사업 등은 제주의 땅만 잃어버리게 한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일갈 했다.
 
이어 “시설 위주의 개발이 아니라 담론 위주의 개발, 지역 특성을 극대화하는 상징적 관광지를 조성해야 한다”며 “화산가치를 이용한 ‘송악산 이중화산 도립공원’ 같은 공유지 지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송악산에서 보는 경관은 가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유배인과 유명인들이 송악산에 대한 시와 방문 인상을 남겼다. 송악산은 명승지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등 역사적인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또 송악산을 다크투어리즘의 성지로 선포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4.3의 어두운 역사 자원을 활용한 관광화를 모색해 송악산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 상징적 개발의 목적은 지역 주민 삶의 윤택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소장과 함께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송악산 일대 가치성과 개발 방향’ ▲조성윤 제주대학교 전 교수 ‘송악산의 미래, 대정주민의 미래’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 ‘여행과 관광의 관점에서 바라본 송악산 개발 문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김태일 교수는 “송악산 일대는 건조물의 역사적 의미와 장소성을 고려해 근대건축물로서 가치성이 매우 높다.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면상의 실제 치수대로 (뉴오션타운) 건물 규모와 형태를 레이아웃해 도로의 여건과 관광객 이동경로 등을 고려하면 다양한 위치에서 송악산 일대 경관이 가려진다”고 말했다.
 
조성윤 교수는 “송악산을 개발하겠다고 사업에 뛰어든 회사 대부분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장기 사업을 추진하려는 사업이 아니었다.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을 염두에 둬 단기적으로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보려는 부동산 기획회사”라고 일침을 놓았다. 조 교수는 또, “이익 추구만을 노리고, 주민과 대화하고 귀 기울이지는 않았다. 주민들이 중심돼 송악산과 알뜨르의 미래를 그리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은주 상임이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주 관광에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보다는 자연을 보전하는 생태 관광, 책임 관광 형태의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 개발은 제주를 위해서 더 이상 추진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은 “화산지질학적으로 송악산은 산방산과 함께 가치가 매우 높다. 수월봉과 성산일출봉보다 가치가 크다. 예전부터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를 포함하고,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아직도 그대로다. 관광지구라서 지정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