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단편 소설 모음집 신간 ‘바람섬이 전하는 이야기’ 발간...제주4.3 다뤄

제주 소설가 한림화의 새 책이 나왔다. 소설집 《The Islander - 바람섬이 전하는 이야기》(한그루)는 제주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문화가 살아 있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12편의 단편을 모았다. 

제주4.3과 일제강점기, 목축과 방목의 풍습, 전통 놀이와 민속 등 다양한 글감을 모았는데, 그중에서도 4.3을 둘러싼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선무공작에 걸려 토벌대 총에 죽은 막내딸과 그 죽음을 잊고 물구덕을 진 채 산으로 향하는 치매 걸린 노모(작품명 : 그 허벅을 게무로사), 무자년 난리에 죽어간 사람들이 빛으로 환생해 내려오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에 담고자 한 빛사농바치(찰나 앞에서), 4.3으로 한 날 한 시에 운명을 달리한 어머니와 아들(보리개역에 원수져신가 몰라도) 등 4.3의 광풍을 온 몸으로 감당한 도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의 와중에 포로가 된 중국인민군과 모슬포 소녀 이야기(메께라! 지슬이?), 일제강점기에 성노예로 끌려갔던 제주 여성(돗걸름이 제주섬에 엇어시민, 평지노물이 지름노물인거 세상이 다 알지 못헤신가?), 육지와 다른 제주의 말과 풍습으로 인해 생긴 고부간의 오해(구감이 게난) 등 근현대사의 굴곡도 빼놓지 않는다.

출판사는 “열두 편의 이야기는 모두 제주 사람들의 웃음, 온정, 눈물, 상처를 담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제주 마을 공동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을 풍부한 제주어로 살려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수록 작품 중 5편은 제주어와 표준어 대역을 함께 실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글머리에서 “나를 포함한 ‘제주 섬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 긴 시간, 어쩌면 나의 온 생애가 필요했다. 누군들 그러하지 않을까. 자신의 태생적 삶을 반추할 때에 비로소 인생의 역사가 새겨진 기록지(記錄地; recording-land)는 어딘지를 가늠하게 하는 그……”라고 여운을 남겼다.

한림화는 1950년 제주에서 태어났으며 1973년 <가톨릭 시보> 작품 공모에서 중편소설 <선률>이 당선돼 소설가로 등단했다. 저서로 《꽃 한 송이 숨겨놓고》, 《철학자 루씨, 삼백만년 동안의 비밀》, 《아름다운 기억》, 《한라산의 노을》 등이 있다.

한그루, 260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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