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올해 1분기에만 1000억원 넘는 적자...이스타항공 임금체불도 걸림돌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4월29일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을 예고했던 제주항공은 ‘타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취득 결정 공시’를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변경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미룬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공시를 통해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을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이라고 명시해 주식 취득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제주항공이 주식 취득 예정일을 변경한지 2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이스타항공 인수가 지지부진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가 늦어지는 이유로 해외 기업결합심사와 이스타항공의 채무 문제 등이 꼽힌다.
 
독점규제를 위해 기업결합을 위해서는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은 제주항공은 해외 시장 중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경쟁 제한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태국과 베트남 기업결합심사는 아직 승인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의 채무도 상당하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침체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만 25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체불임금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타이이스타젯과의 수백억원 규모의 보증 문제도 떠안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에 3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지급보증을 했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공시를 통해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의 51.17%인 497만1000주를 545억14만7920원에 매입했는데, 주식 매입 금액을 넘어서는 이스타항공의 채무까지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제주항공도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침체되면서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에만 무려 1014억원(잠정)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제주항공 전체 직원의 약 65%가 휴직과 휴업에 들어갔으며, 임원들은 임금을 삭감했다. 한때 1주당 4만원에 이르던 제주항공 주식도 현재 1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1585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추진중이다. 발행 예정 주식수는 총 1214만2857주며, 현재 공시된 주당 발행가는 1만3050원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침체된 항공산업이 언제 활성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소위 ‘도박’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할만큼 제주항공의 자금사정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해도 상황이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 다만, 임금체불 문제 등은 현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제주항공이 떠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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