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자치조직 반발 감안…조례안 발의 강성균 “일부단체가 압력, 유감” 불편 심기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및 이․통장들의 역할과 충돌된다며 풀뿌리 자치조직들의 반발을 산 ‘제주도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에 제동이 걸렸다.

김태석 의장은 25일 오후에 열린 제383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이 조례안은 강성균 의원(애월읍,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도지사가 읍면동마다 주민 100인 이상으로 구성된 ‘지역발전회의’나 ‘주민원탁회의’ 등을 두고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는데 따른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 발의에 6명의 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했고, 28명의 동료의원이 찬성 의견을 냈다.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자 각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와 이․통장 등이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주민 소통없이 강행되는 조례 제정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여론을 감안해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8일 읍면별로 100인 이상의 주민들로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읍면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시 해당 읍․면의 회의 결과를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수정 가결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풀뿌리 자치조직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와 제주시·서귀포시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제주시·서귀포시이장연합회, 제주시·서귀포시통장협의회, 제주도연합청년회, 제주지구청년회의소, 진실과정의를위한제주교수네트워크, 제주민회 등은 지난 23일 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조례의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민자치위원회과 이·통장협의회 등은 새롭게 구성될 ‘지역발전원탁회의’가 기존의 자치단체와 역할이 중복될 뿐더러 지역갈등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조례안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조례”라고 규정한 뒤 “수정조례안 역시 이미 논란을 일으켰던 ‘지역발전회의’를 ‘지역발전원탁회의’로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지역공동체 현장에서 갈등을 유발시킬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조례안은 상임위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지역발전원탁회의’를 읍면에만 구성하도록 해 동지역을 제외시켰다”며 “이는 이장연합회, 통장협의회 및 주민자치위원회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 우선 읍면지역부터 구성했다가 나중에 조례개정을 통해 동지역까지 확대하려고하는 꼼수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한 수정조례안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했다.

결국 임기를 5일 남긴 김태석 의장이 이들 풀뿌리 주민자치 조직들의 ‘조례안 부결’ 요구에 ‘상정 보류’로 화답한 셈이다. 그렇다고 조례안 제정이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후반기 원 구성 이후 11대 의회 임기 중에는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수 있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강성균 의원은 조례안 상정보류와 관련해 “조례안은 지역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며 “하지만 2차 본회의에 상정보류해줄 것을 의장에게 요청했다. 조금 더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민요구를 반영하는 입법활동에 일부 단체가 압력을 넣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달라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처럼 보일 수 있다. 심히 유감”이라며 주민자치위원회 및 이․통장들의 조직적 반발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