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알고싶다] 살인교사 주장 유탁파 등장...1998년 도지사 선거 개입 의혹까지 

공소시효가 지난 제주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교사범을 주장하는 조직폭력배가 21년 만에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범행 1년 전에 치러진 1998년 제주도지사 선거가 이 변호사의 사망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선거 개입설까지 불거지면서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27일 밤 11시10분 ‘나는 살인교사범이다-제주 이변호사 살인사건’ 방송을 통해 21년 전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48분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옆 모 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쏘나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변호사는 44세였다.

제주 출신인 이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검찰청과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때문에 당시 피살사건은 제주는 물론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차량 주변에 혈흔이 흥건했지만 범인은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이 변호사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스스로 차량에 올라 운전대를 잡으려 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부검 결과 이 변호사는 예리한 흉기에 6곳을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하나는 흉골을 관통하고 이 변호사의 심장을 직접 겨냥했다. 청부살인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도내 형사 인력이 총동원돼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2014년 11월4일 자정을 기해 이 변호사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면서 형사처벌도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9년 11월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는 유탁파 전 조직원이 등장했다. 스스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연락해 21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김모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유탁파 두목 백모씨를 지시자로 지목했다. 두목의 명령으로 ‘갈매기’라 불리는 조직 내 동갑내기 손모씨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두목은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했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갈매기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제작진이 유탁파 두목의 범행 동기를 수소문하던 중 느닷없이 1998년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도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신구범, 우근민 후보가 출마한 도지사선거를 부각시켰다.

이 변호사는 당시 우근민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주시 애월읍 청년의 양심선언을 돕고 있었다. 기자회견까지 한 청년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제작진은 이 변호사가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청년을 찾아 나선 행적을 추적했다. 당시 유탁파가 도지사 선거 등 지역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을 의혹까지 제기했다.

신구범 전 지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 변호사가 양심선언 사건을 추적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부살인과 지방선거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반면 우근민 전 지사는 인터뷰에서 22년 전 부정선거 관련 양심선언을 한 청년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탁파의 캠프 지원설도 그런 일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1998년 6월4일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서 우근민(새정치국민회) 후보는 52.76% 득표율로 민선 도지사에 올랐다. 신구범(무소속) 후보는 30.78%, 현임종(한나라당) 후보는 16.45%였다.

제작진은 프로파일러 등의 심리분석 결과를 토대로 제보자인 김씨가 두목의 지시에 의해 손씨에게 범행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 직접 이 변호사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씨 주장과 달리 범행 지시가 이뤄진 1999년 10월 두목은 교도소에 복역중이었다. 살인을 했다던 손씨는 1998년 8월20일 연동에서 강도사건으로 입건돼 형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실체를 밝혀줄 손씨는 공소시효를 앞둔 2014년 여름 숨을 거뒀다. 두목 백씨 역시 이미 고인이 된 상황이어서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유탁파 두목 역시 김씨가 마약과 카지노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봤다. 김씨는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과도 연락을 끊고 현재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이 변호사의 옛 사무실 직원을 통해 당시 고인이 사용하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고 복원 중이다. 관련 내용은 경찰과도 공유하기로 했다.

제주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은 제보자의 등장에 따라 관련 자료를 수합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보자의 신빙성을 우선 확인하고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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