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 3일 '대권행보'로 취임2주년 회견도 생략...조직개편, 재난지원금 현안 산적

원희룡 제주지사
도민만 바라보겠다던 원희룡 지사가 최근 제주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권 도전을 향한 행보로 연일 서울 출장이 이어지며 제주현안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도민사회에 높아지고 있다. 

7월1일이면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취임 당시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외치던 원희룡 도지사는 지금 연일 외출 중이다.  

제주형 긴급재난생활지원금 전 도민 지급, 조직개편, 행정시장 임명 예정 등 각종 현안이 지역사회에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취를 감췄다. 

그 흔한 취임 2주년 인터뷰나 기자회견도 없었다. 그러나 도내 언론에 모습을 감춘 것과 달리, 연일 중앙언론에는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수준이다. 

원 지사의 서울 대중앙 무대 행보는 한마디로 '광폭 행보'에 가깝다. 일주일에 2~3일은 서울에서 눌러 앉아 대중앙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가시 돋힌 '비판'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독재와 독선',  '소통'이 없다면서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이 지명한 비서실장 출신 김태엽 서귀포부시장이 인사청문회에서 탈세, 음주, 부동산투기 등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올 때 원 지사는 서울에서 라디오 뉴스쇼 일일앵커로 나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쏘아붙이기도 했다.

원 지사는 불과 6개월 전인 올해 1월 신년 인터뷰에서 "중앙정치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다보니 중앙정치 복귀설 등 많은 추측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중앙정치로의 진출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원 지사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상황을 가정해 중앙정치로 언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서 나조차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당장은 민생안정에 전념하며, 중앙정치가 아닌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다시 '도민'을 강조하기도 했다.

불과 수개월만에 그 약속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물론 상황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 민선7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도민만 바라보겠다던 원 지사는 총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미래통합당에 합류하고, 총선 이후에는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중앙바라기'가 돼 버렸다.

코로나19 동안 매일 도청 기자실에 앞에서 브리핑을 하던 원 지사는 2개월 넘게 기자실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원 지사에게 제주도의 코로나 상황은 종식된 것일까? 

그동안 제주형 긴급재난지원금을 전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특별명령을 내리고, 조직개편으로 관광업계와 해녀들이 도청 앞에서 원 지사를 만나겠다고 했지만 그 순간에도 원 지사는 제주도를 떠나 '육지'에 있었다.

당장 자신이 낙점한 김태엽 서귀포시장 예정자가 음주운전은 물론 각종 의혹이 제기돼 '부적격' 판정이 났음에도 가타부타 입장 발표도 없다. 

민선 7기 도정운영에 대한 전반기 평가 및 성과와 과제, 하반기 도정운영을 위한 취임 2주년 기자회견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지사의 일정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일은 서울로 출장 중이고, 라디오 일일앵커 등 연일 중앙언론 노출에 골몰해 하는 도지사의 숨가쁜(?) 일정 때문에 도민을 위한 2주년 기자회견이 순서에서 밀려났다는 도청 공직자들의 자조 섞인 우려는 아예 귀 닫았다.  

최근들어 부쩍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독선과 독재라며 소통부재를 외치고 있는 원 지사다. 소통부재, 독선과 독재. 이런 단어들을 거꾸로 원희룡 지사에게 대입하면 딱 안성맞춤이란 쓴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수신제가를 못하는 지도자가 그리는 큰 꿈은 한바탕 덧없는 꿈이다. / 이승록 정치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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