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퇴임 기자간담회서 “70만 도민 편안하게 해놓고 대권 이야기 해야” 쓴소리
“보전지역관리 조례 부결 아쉬움…시설공단조례 보류, 5년간 500억 낭비 불보듯”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의장 임기를 마친 김태석 의장이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권 행보에 대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태석 의장은 30일 오전 의장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 지사의 대권행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조급하면 항상 실수하게 돼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30일 오전 의장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30일 오전 의장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김 의장은 “지금 제주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정국에 실업률이 최고인 데다 소비는 최저로 떨어지면서 도민들의 생존권이 대두되고 있다”며 “제주에서 현안을 다뤄도 모자랄 판인데 이건(대권행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겠나. 두 마리 토끼를 잡을게 아니라 한 마리 토끼를 잘 키워서 풍요롭게 만들어야한다. 그럼 토끼 주인도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김 의장은 “도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면서 대권에 갈 수 있겠느냐. 적어도 70만 도민을 편안하게 한 다음에 대권을 말해야 정상이라고 본다”며 “원 지사의 대권 도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임기 중 가장 뿌듯한 일로는 ‘의회 인사권 독립’을 꼽았다.

김 의장은 “원희룡 지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인데, 의회 인사권 독립 문제가 거의 완성단계에 왔다”며 민원홍보담당관실 및 정책연구실 신설, 개방형 직위 확대 등을 성과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그는 지속가능 국제컨퍼런스에 대해서도 “UN의 의제를 지방의회 차원에서 진행한 것은 우리 제주도의회가 처음이라고 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쉬운 점으로는 행정사무조사특위가 초반에 원만하게 운영되지 못한 점과 보전지역관리 조례가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을 들었다.

김 의장은 “보전지역관리 조례는 제2공항 프레임만 아니었다면 의원들을 만나 적극 설득하고 의견 교환도 했겠지만 제가 나서는 순간 제2공항 반대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 행동에 제약이 있었다. 그 점이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제주도와의 상설정책협의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데 대해서는 “두 기관간 의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례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두 기관이 결론을 못 내더라도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도민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이라고 최근 무산된 상설정책협의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설공단 조례를 끝내 의장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버스 준공영제를 밀어붙인 결과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관련 부서 직원들이 이동에 합의를 하지 않으면 5년간 500억원의 재정 낭비가 예상되는데도 조례안을 통과시켜주는 것이 의회 역할이냐”고 반문했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인사권은 전적으로 도지사에게 있다”면서도 “의회에서 ‘부적격’ 의견을 낸 정무부지사가 최근 중도 사퇴한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의의 인사청문 결과가 정당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도의회는 29일 안동우 제주시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격’, 김태엽 서귀포시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11대 의회 임기를 마치는 2년 후 정치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2년 동안 열심히 하고, 과거 제가 한 일을 도민들이 평가해서 길을 열어준다면 그 길을 가겠다”며 “여러가지 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