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원희룡 지사, 1일 안동우-김태엽 시장 임명…NGO․공무원노조 “임명철회, 자진사퇴” 촉구

제주도가 민선 6기 때 협치 차원에서 도입한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키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일 민선 7기 후반기 도정 파트너로 제주시장에 안동우(58)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서귀포시장에 김태엽(60) 전 서귀포부시장을 임명했다.

제주도는 안동우 제주시장에 해 3선 도의회 경력과 민선6․7기 2년3개월간 정무부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과 원활한 업무능력을 보여줘 향후 제주시정을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태엽 서귀포시장 임명에 대해서는 32년간의 행정경험과 공직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점 등을 감안했고,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위기 상황 속에서 서귀포시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으로 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태엽 서귀포시장에 대한 임명이다.

김태엽 시장은 행정시장 공모가 시작되기 2달 전인 3월27일 음주운전을 하다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약식명령 8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최소 5~6개월이 소요되는 음주운전 법적 처분(경찰조사, 검찰기소, 법원판결) 기간도 시장 공모를 앞두고 어떤 비결인지 단 43일만에 끝냈다.

게다가 인사청문을 거치면서 부동산 투기의혹, 노형동 복합건물 편법 증여논란, 음주운전 사고 당일 곶자왈 지역 해제 민원을 제기한 전직 도의원과 술을 마신 것 등으로 부적절 논란을 끊임없이 양산했다.

또 비서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공무원이던 자신의 부인이 연구사에서 연구관으로 승진하고, 아들은 람정제주개발 특채로 선발돼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인사청문특위는 표결 끝에 ‘적격 3명-부적격 4명’으로 ‘부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 도의회 인사청문 ‘부적격’ 판정에도 4번째 임명…전직 3명 중 2명은 불명예 퇴진

이같은 제주도의회의 ‘부격적’ 의견에도 원희룡 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하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1일 성명을 내고 “고심의 흔적도 없이 기습적으로 임명을 밀어붙인 것은 애초부터 도민여론과 인사청문 결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 옳다고 믿는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김태엽 시장 임명 강행을 “도민여론을 무시한 것이자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킨 인사 폭거”라고 규정한 뒤 원 지사에게는 도덕적 흠결투성이인 ‘음주운전 시장’ 임명 즉각 철회를, 김태엽 시장에게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논평을 내고 “제주도민들의 깊은 우려와 도의회의 ‘부적격’ 판단까지 무시하는 ‘원희룡표 인사’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며 “제주의 미래와 도민의 행복한 삶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없이 선거공신만을 챙기고, 중앙정치에 대한 야욕만을 드러내며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도지사에게 도민들이 ‘부적격’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맹공했다.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서귀포시 공직자 2천여 명의 수장을 시민의 생명을 앗아갈수도 있는 ‘음주운전’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를 범법자를 최종 임명한 것은 도민을 우로한 처사이자, 원희룡 지사의 인사 독단”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논평을 내고 “비록 강제성이 없는 인사청문회지만 주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면 원희룡 지사는 인사의 책임을 지고 ‘송구하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임명 철회를 하는 것이 순리”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공직사회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도의회가 청문을 통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것은 도민사회의 여론과 공직내부의 정서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원희룡 지사를 향해 “제주판 3김시대 종식을 약속하고 도지사로 당선됐지만 지금은 스스로가 통제하지도 못할 만큼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독식해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금은 중앙정치 대권 놀음에 심취 할 시기가 아니”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원희룡 지사가 민선 6기 도정 출범과 함께 제주도의회와의 협치 차원에서 도입한 인사청문회. 그렇지만 인사청문회 ‘부적격’ 판정에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손정미 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김성언 정무부지사 등 3차례나 된다.

이성구 전 사장은 중도 하차했고, 김성언 정무부지사는 존재감이 없다는 세평 속에 최근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행정시장과 ‘빅5’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은데다 도의회 ‘동의’ 절차가 없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동조합은 △무늬만 형식적이고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청문회 제도 개선 △도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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