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기 옳지 않아...제주 등 공항 비정규직들 불공정 외쳐야 / 김효섭 변호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6월 19일 인천공항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오마이뉴스.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난 6월 22일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의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발표했다.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와 취업준비생들은 불공정하다고 외치고 있고,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선 다른 공기업(예, 한국도로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처우 개선에 또 다른 뇌관으로 역(逆)기능할 수 있다는 소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정(justice)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과연 불공정(불공평)한 것인지 여부를 재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잣대, 저울의 추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이라 함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고 하며, 같은 사람(집단)임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취급하거나 다른 사람(집단)임에도 같게 취급하고, 그 취급이 자의적이라면 평등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의적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쟁점을 법 논리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같은 집단인지 다른 집단인지, 즉 비교집단을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사태를 냉철히 톺아볼 필요가 있다. 이 공기업에 근무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공평함이 유지되고 있는지의 여부는 임금, 복지 등의 근로조건, 직무의 종류, 고용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같은 집단인지 다른 집단인지를 우선 설정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정규직은 평균 연봉 8,398만 원에 일반직으로, 다른 한편의 비정규직은 연봉 3,600만 원에 보안검색요원으로 각각 근무한다. 또한 복지 수준에서도 차이가 난다. 다만 같은 것은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인천공항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이기 때문에 이름만 같은 정규직이라 해서 동등하게 처우 받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천공항의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비교집단이 될 수 없으므로 그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의 외침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불공정을 외쳐야 할 근로자들이 수두룩하다. 유사한 임금과 복지수준으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함에도 고용형태 또는 근무지 등만이 다른 인천공항의 여타 비정규직이나 김포 또는 제주공항공사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렇다고 인천공항의 정규직들과 취업준비생들의 불만 또는 분노에 대한 정치, 사회적 비난은 옳지 않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하여 노력한 만큼의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힘들게 취업한 직장에서도 정당한 임금 또는 합당한 대우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천공항의 정규직들도 토익 또는 한국사검정시험 등의 통과 의례를 거쳐  매우 좁은 관문을 뚫었기 때문에 보상심리의 기대치가 높다. 다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그 기대치가 낮아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김효섭 변호사
김효섭 변호사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지 않아서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공·사적인 기업과 국가임에도 현실은 녹녹치 않다. 기업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일터를 외국으로 옮기고 있고, 중앙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나라의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증진할 의무를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이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야 한다. 불공정을 이유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화 반기(反旗)를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김효섭 변호사 - 오현고 졸업, 고려대 법과 졸업,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고려대학원 박사과정(공법) 재학중, 변호사 시험 9회 합격, 현재 제주시에서 변호사 연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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