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일부 도의원들 의회 전화로 ‘자녀 결혼’ 알림문자 보내 빈축 

최근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자녀 결혼식 알림 문자를 의회 전화번호로 발송하면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월30일에는 제주도청 홈페이지 소민소통공간 자유게시판에 이 같은 행태를 강도 높게 지적하는 글까지 올라오는 등 비판이 거세다.

독자 A씨도 최근 도의회 의장을 지낸 K의원과 3선 의원인 P의원이 최근 공공기관 전화로 자신들의 자녀 결혼식 알림 문자를 보낸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으로서 자녀 결혼식에 참석을 종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제주의소리]에 취재를 요청해왔다. 

실제로 지난 6월30일 제주도 자유게시판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등록됐다. ‘제주 할망이 분노하여 씀’이라고 자신을 나타낸 작성자는 “도민의 대표인 도의원이 공공기관 번호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럴 수는 없다. 사회의 지도층이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제주도 행정단위의 작은 단체 임원들에게까지 보낸 의도가 무엇이겠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민을 위한 일에 문자를 보내는 것은 합당하나 결혼이 도민을 위한 일인가”라고 되묻고 “왕조국가도 아닌데 이런 일을 저지른 도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 정식으로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다른 의원들도 반면교사 삼아 공사를 구분하는 의정 활동을 펼쳐달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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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K의원이 도의회 번호를 통해 보낸 문자 내용. ⓒ제주의소리

A씨는 집안 경사는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지만, 도의회 전화 문자로 개인적인 대소사를 알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도민 세금이 전화 문자에 쓰였다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3선 의원으로 의회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P의원의 경우에도 지난해 연말 아들 결혼식과 올해 4월 딸의 결혼식을 모두 의회 전화번호로 총 다섯 차례나 알림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번호는 현재 도의회 번호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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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P의원이 도의회 번호를 통해 보낸 문자 내용. ⓒ제주의소리

독자 A씨는 “K의원과 P의원 모두 자녀 결혼식 및 피로연 일시, 장소 등을 기재해 도내 주요인사, 공직자, 기관단체장 등에게 전 방위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내 지인은 해당 도의원과 경조사를 돌아볼 만큼 친분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도의원으로서 도민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 결과 도의회 번호로 발송된 문자 비용은 도의원 사비로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K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도의회 대표 번호로 문자를 보낸 것은 맞지만 문자 비용은 전부 다 사비로 충당했다”며 “도민 세금을 사적으로 이용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어떻게 내가 사적으로 세금을 사용하겠나”고 되묻고 “이번 일로 어떤 도민께서 감사위원회 제보를 해 감사까지 받았다. 사비 들인 영수증과 관련 자료를 전부 제공해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 받았다”고 강조했다.

도의회 번호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 물으니 “다른 의도는 전혀 없고 개인 휴대전화로 보냈을 때는 답신이 지속적으로 와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대표 번호를 활용한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P의원의 경우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있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전화 문자 비용이 세금이냐, 혹은 개인 비용이냐 이전에,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의 도의원들이 지극히 사적인 경조사 내용을 공공기관의 전화 문자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대표 C씨는 “도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도의회가 일부 의원들의 잘못된 행태로 도민 신뢰를 잃는 것이 안타깝다”며 “도민들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아 도정을 견제하려면 더욱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어떤 이유로도 이 같은 행태는 합리화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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