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한 명상 수련원의 미스터리 사망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최대 쟁점인 유기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의 형량도 줄줄이 줄여줬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1심에서 사체은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홍모(60)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을 8일 선고했다.

검찰이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유기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정모(54.여)와 라모(57)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제주시내 A수련원 원장인 홍씨는 숨진 B씨와 다른 지역 명상 수련원에서 알게 된 친구 사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9월1일 다른 일행과 배편의 통해 홍씨의 수련원을 찾았다.

B씨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건물 1층에서 홍씨와 식사도 함께 했지만 오후 10시30분 3층 수련실에서 느닷없이 주저앉았다. 고성을 들은 홍씨는 곧바로 3층에 올라갔다.

홍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현장에 있던 수련생 정씨와 함께 피해자를 바닥에 눕혔다. 이어 자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라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라씨는 건물 2층에서 3층에 있는 B씨를 위해 기 치료 행위를 했다. 홍씨는 당시 B씨가 주화입마(走火入魔) 상태에 빠졌고 기 치료의 도움을 받아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믿었다.

주화입마는 심리적인 원인 등으로 인해 몸 속의 기가 뒤틀려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홍씨는 명상 수련 과정에서 이 같은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곧바로 B씨가 있는 3층 수련실을 폐쇄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후 시체에서 고름이 생기고 구더기가 발생하자 정씨와 함께 바늘로 터트리고 알코올로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해 10월12일 B씨의 아내가 남편을 보기 위해 수련원을 방문하자 “의식을 회복하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돌려보냈다. 10월15일 경찰 형사들이 방문하자 이를 막아서기도 했다.

홍씨는 재판과정에서 사체를 방치한 사체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유기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 이미 숨져 있었다면 유기치사 적용이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유기치사죄는 보호 의무 대상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된다. 부검에서도 시신 속 사망 시간을 특정하지 못해 재판 내내 이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음 발견할 당시 살아있었는지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만으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자의 시신이 부패돼 유족들이 비참한 모습으로 장례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다고 가족들에게 거짓말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된 망상으로 이 같은 행위를 했고 동종 범죄가 없는 점 등에 비춰 1심의 형량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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