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29) 코로나19, 작아진 노동자 권리 찾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영어 ‘블루(Blue)’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을 뜻한다고 하는데 장래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의 전망은 노동자의 삶에 대한 불안과 우울로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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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은 힘겹다. 특히 일터에서의 고용불안과 경제적인 위축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얇아진 지갑, 보이지 않는 끝

코로나19 발생 이후 도내 관광업계 노동자들은 연차소진, 순환휴직, 휴업 및 단축 근무 등을 겪으며 일터에서 버텨오고 있지만, 전염병의 기세는 여전하다. 최근 제주를 방문하는 국내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관광업 활성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도 생겼지만, 단체여행이나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했던 업체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제자리다. 관광업계가 직접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터의 공백은 서비스업, 문화예술계, 체육계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전염병으로 인하여 휴업할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수준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사업주 부담을 덜기 위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휴업수당의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 되어가는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불안한 고용은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로 표출되고 있다. 특수고용으로 일하던 노동자는 고용보험의 혜택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노동자의 경우도 그 실체를 보면 사용자로부터 무급휴직을 강요받거나 정상근무를 하고 있더라도 임금삭감에 동의할 것을 강요받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10%의 휴업수당(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월 12만원 수준)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무급휴업에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하거나 권고사직 혹은 해고하는 경우도 있다. 휴업을 하지 않고 정상근무를 하고 있지만, 매출이 줄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경우도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임금삭감 동의서를 작성한 사례도 있다. 법상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합의한 계약은 무효이지만 현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고용을 담보삼아 불법인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장이 어렵다고 하니 고통분담차원으로 동의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업장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정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동의를 강요받는다. 노동자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있는데 더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을 시기에 저녁식사 차 방문한 동네식당에 모처럼 손님이 꽉 차있었다. 오래된 동네 식당인지라“여긴 코로나 여파가 없나요?”라고 물으니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손님이 많다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내수경제 활성화는 그때뿐이라는 점이다. 안정적인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내수소비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지갑이 채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최저임금 깎으려는 경영계

2021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노-사-공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소집되었고, 경영계는 코로나19의 위기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삭감안을 내놓았다. 경영계가 제출한 최저임금 2.1%의 삭감안은 시급 8,410원으로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했을 때 월 37,000원 가량 임금이 삭감되는 안이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추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계의 의견대로 삭감이 되더라도 기존의 노동자를 제외한 2021년 이후 신규 채용자에게만 적용된다. 경영계가 삭감안을 낸 것은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삭감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면서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저임금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매년 그래왔듯이 공익위원의 의견이 중요한 키로 작용될 예정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5.8%의 삭감안을 내었다가 최종 2.75% 인상안으로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할까?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노동자를 고용하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이 된다. 최저임금은 국가의 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막고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헌법에 근거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모든 사업장”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위기에 놓여 있는 사업장도 있겠지만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사업을 하거나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인 사업장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정말 위기에 놓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급 180원 삭감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취지의 제도를 마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하향평준화 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위기에 놓여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이 일던 시기 정부는 마스크 공장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여 24시간 마스크 공장이 돌아가고 업체는 특수를 누렸지만, 마스크를 생산한 노동자에게는 어떠한 보상이 주어졌을까.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성과는 기업의 몫이요, 기업의 위기는 노동자 고통 분담의 대상이 된다. 주요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소득 불평등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도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Blue의 예방을 위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의 생활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에게 있어서 일터에서의 고용불안과 경제적인 위축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일터에서의 권리침해는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까? 수개월 전 제주시 모 관광업체에서는 전체직원을 1:1 면담하면서 임금삭감 동의서에 개별사인을 받았다. 당시에는 고용을 담보로 한 임금삭감에 반강제로 동의는 했지만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져 이직하려 하니 임금삭감에 동의한 것이 발목을 잡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임금체불․근로조건 저하 등을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 실업급여 지급의 대상이 됨,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2.)

코로나19를 이유로 사업장에서 부당한 요구나 서약을 강요받게 되는 경우 어렵더라도 당당히 나의 권리를 요구해보자. 근로계약의 내용을 저하시키는 것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회사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시키는 경우라면 1:1의 면담형식이 아닌 전체 노동자의 집단적인 동의절차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근로기준법 제94조) 

코로나19로 인하여 고통 분담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사업주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과 객관적인 정보를 요구하여 주위의 동료들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좀 더 많은 노동자가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 요구하자. 코로나19와 관련한 노동상담센터로 연결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코로나19 앞에서 작아진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함께하자.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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