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쟁점해소 2번째 토론회 '기존공항 활용가능성' 찬·반 격론

9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2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9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2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제주 제2공항 사업과 관련된 쟁점을 해소하기 위한 두 번째 공개연속토론회에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팽팽한 의견 차이 속에서 현 제주국제항공 확장 가능·불가능 여부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주목할 점은 찬·반측 모두 ADPi의 연구 결과를 중요한 자료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9일 오후 2시부터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두 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공동 주최로 총 4차례 계획됐으며, 두 번째인 이날 토론회 주제는 ‘기존공항 활용가능성’이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의 사회로 ▲찬성측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주무관 ▲반대측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이 패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 주제가 ‘기존공항 활용가능성’인 만큼, 현 제주국제공항을 확장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됐다.
 
찬성측은 현 제주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수용력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고, 반대측은 전 세계적 추세에 따라 관제시스템 등을 개선하면 수용력을 충분히 더 늘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찬·반 양측 모두 ADPi가 진행한 제주공항 관련 연구 결과를 주요 자료로 활용했다.
 
제주국제공항 확장할 경우 항공 이용객 수용가능 여부
 
반대 측은 제주공항 인프라 개선이 최우선 과제인데, 최우선 과제를 뒤로 미루고 국토부가 제2공항 건설 계획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현 제주공항 수용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국토부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반대측은 “제주 공항 인프라 확장 사전타당성조사 결과에 제2공항을 추진할 경우 제2공항 건설 규모는 제주국제공항 용량 증대 방안을 최우선으로 찾은 뒤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만약 2055년 기준 제주 공항 이용객이 4000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제주국제공항이 30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면 제2공항은 1000만명 규모로 건설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2공항 계획에 제주국제공항 용량 증대 논의 부분은 빠졌다”고 주장했다.
 
반대측은 “찬성측이 제시한 자료만 봐도 제2공항 규모는 연간 1000만명 규모면 충분하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은 연간 2500만명 수용 가능한 규모로 계획됐다”면서 국토부가 안전을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안전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찬성측은 제주국제공항 확장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 포화 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찬성측은 “현 공항 경영효율성이 전 세계 1위라고 해서 다들 좋다고 생각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만 좋다.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인데, 안전 차원에서 바라보면 이용객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돼 결국 안전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이어 “ADPi가 현 제주공항 효율성 증대 방안으로 총 19개 조건을 제안했는데, 이중 15개는 수용해 항공시스템 단·중·장기 계획에 반영됐다. 하지만, 나머지 4개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찬성측은 “항공기간 분리간격을 8마일에서 4.5마일로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또 제주의 기상여건이 좋지 않으며, 활주로와 계류장이 가까워 효율성이 좋지 못하다. 활주로와 계류장이 멀다면 항공기가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벗어나면 되는데, 계류장과 가깝다보니 천천히 이동해야 하고, 항공기 이·착륙이 빠르게 진행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왼쪽부터 ▲찬성측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주무관,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사회자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반대측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왼쪽부터 ▲찬성측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주무관,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사회자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반대측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이에 대해 반대측은 ADPi가 제안한 조건은 현 제주공항에 충분히 적용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대측은 “분리간격은 활주로에 도착한 항공기와 다음 도착 예정 항공기간의 거리를 의미한다. ADPi는 분리간격을 6마일까지는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분리간격이 3마일에 불과한 공항도 있다. 대부분의 공항의 분리간격은 4마일”이라고 꼬집었다.
 
반대측은 “제주 기상 상황에서도 4.5마일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항공청에 공항수용력 관련 자료가 있는데, 전 세계 공항 수용력과 앞으로의 개선방안 등이 모두 담겼다. 전 세계 공항이 관제 시스템 개편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제주공항의 경우 1시간 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40회 수준이다. 영국 개트윅 공항은 시간당 55회인데, 60회까지 늘리려 한다. 과거 시간당 50회에서 55회까지 늘리려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영국은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을 통해 횟수를 늘렸다. 우리나라는 왜 안되나”라고 비판했다.
 
찬성측은 시간당 평균 35회를 유지해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찬성측은 “시간당 35회를 평균으로 잡는데, 제주공항의 경우 최대 45회까지 늘어난다. 복행 등을 제외하면 시간당 41회 수준”이라며 “영국 개트윅공항이 시간당 50회에서 55회로 늘렸는데, 개트윅공항은 제주공항에 비해 주기장이 3배 가까이 크다”고 해명했다.
 
찬성측 해명에 반대측은 “국토부가 제시하는 공식 보고서에 제주공항 활주로 용량을 시간당 40회로 규정한다. 현재 관제용량은 시간당 35회일 뿐”이라며 “활주로 용량은 포화가 아닌데, 왜 자꾸 포화인 것처럼 호도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9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2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9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2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찬성측 패널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주무관,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사용하지 않는 남북활주로 연장 가능 여부

현 제주공항 수용력 문제와 함께 현재 사용하지 않는 남북활주로 확장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3180m의 동서 활주로와 1900m의 남북 활주로가 조성됐는데, 이중 동서 활주로만 쓰이고 있다.
 
찬성측은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로 환경문제와 도민의 삶 등을 꺼내는데, 현 제주국제공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남북 활주로 확대가 필요하고, 900m 길이의 활주로 추가 확보를 위해서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반대측은 “제주국제공항 확장을 위한 바다 매립은 오래 전부터 검토된 문제다. 1974년에는 약 1km 구간을 연장하는 안도 나왔었다. 최근 공법이 발달하면서 바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교량 방식으로 매립이 가능하다. 한국건설기술원에 직접 문의했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환경훼손을 문제 삼으려 한다면 제주신항만 계획부터 철회해야 한다. 제주국제공항 확장에 따른 매립보다 제주신항만 매립 규모가 5배 넘는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찬성측은 제주공항 기상 문제로 인해 남북활주로를 확장하더라도 활용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찬성측은 “반대측에서 제주국제공항 효율성 증대를 위해 동서활주로를 착륙 전용으로 사용하고, 남북활주로를 이륙 전용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주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겨울인 12~2월에만 동서활주로와 남북활주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5년치 제주공항 바람을 분석하니 6노트 이상 부는 날이 14.4%에 이른다. 서북풍이 주로 불면서 항공기 이·착륙시 바람이 항공기 옆으로 불어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측은 10년치 기상 자료를 제시하면서 “10년치 자료를 분석해보면 5노트 이상 바람이 부는 날이 5%도 되지 않는다”며 “우리 자료가 잘못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찬성측 자료를 보면 6노트 이상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85%에 이른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 공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9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2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외쪽부터 반대측 패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ADPi 보고서를 국토부가 은폐했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ADPi 보고서를 국토부가 은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찬식 상황실장은 “ADPi의 보고서를 언제,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채택하지 않기로 했는지 설명해달라”고 찬성측에 요구했다.
 
이에 김태병 정책관은 “ADPi의 보고서는 2012년부터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이행해오던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2014년말부터 전문가로 이뤄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협의체가 구성돼 운영됐고, ADPi의 안도 검토됐다. 2015년 5월29일 검토 결과 ADPi가 제시한 조건 19개 중 4개는 수용이 힘들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답했다.
 
박 실장은 “2015년 5월29일 협의체 회의록을 보면 ADPi의 연구결과를 추후 분석키로 했는데, 이후 ADPi 연구결과를 분석한 적이 없다. 추후 논의하기로 한 뒤 다시 회의한 적이 없는데, ADPi 보고서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며 국토부가 ADPi 보고서를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정책관은 “2015년 5월29일 회의 결과에 따라 1~3단계 단·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국토부는 ADPi 보고서를 은폐한 적이 없다. 정부의 보안업무규정과 국토부 보안업무규칙에 따라 최종보고서를 제외한 하도급 보고서 등은 본 용역이 준공되면 삭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또 계약 조건에 따라 ADPi 측의 동의를 받아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도 ADPi측에 빠른 협조를 구해 미리 공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 절대 고의적으로 은폐하려거나 축소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 제2공항과 관련된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상호 쟁점을 공개적으로 논의, 제주 지역 사회에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 4차례 예정된 토론회 중 이번까지 2차례가 마무리됐으며, 오는 ▲7월16일 3차 토론회 ‘입지선정의 타당성’ ▲7월24일 4차 토론회인 ‘종합토론’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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