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해선 “적격-부격적 무의미…제도적 뒷받침 필요” 유체이탈 화법

14일 오전 민선 7기 후반기 도정 출범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14일 오전 민선 7기 후반기 도정 출범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도지사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적격성 논란 있었던 김태엽 서귀포시장 임명과 관련해 “직접 같이 일해본 체험까지 반영해 인사권자로서 종합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해서는 “(민선6기 때) 제가 제안해서 시작된 것이지만, 제도적 뒷받침 없이 진행되다보니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제도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해 ‘유체이탈’ 화법이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소통회의실에서 민선 7기 후반기 도정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태엽 서귀포시장 임명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청문회는 제가 취임한 이후 자진해서 제안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도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다. 제도화하자고 제안도 하긴 했는데…(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현재로는 청문회를 통해 도민들이 후보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행정시장이든 기관장이든 포부 내지는 준비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데 1차적인 의미가 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지적되면 어떻게 판단할 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위가 적격-부격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 지사는 “이번에도 심사한 다음 3대4로 (부적격) 의견이 나왔는데, 적격-부적격 의견을 내는게 청문회 취지와 맞는지 의문”이라며 “3대4로 부적격 의견인데 이를 어겼다고 하는데,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동우 제주시장은 정무부지사, 김태엽 서귀포시장은 제 비서실장 및 부시장을 통해 제가 경험해 봤다. 함께 일해나갈 사람으로서 제가 도민들께 약속한 것들을 펼치기 위해 행정시 현장에서 공무원들을 진두지휘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해서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 전력자에 대한 임명이 곧 공직사회에 ‘관용’ 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음주운전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무리 술을 마셨더라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판단력을 잃지 말아야 하는 점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이런 점에서 도민들께 일을 통해 더 낮은 자세, 섬기는 자세로 만회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도민들이 용납할 것이라 생각한다. 단단한 질타와 다짐을 받고 임명을 한 것으로 봐달라”고 두루뭉수리한 답변으로 넘어갔다.

기자들이 ‘청문회에서 적격-부적격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발언이 도의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다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하자 “일일이 청문회 제도에 대해 말은 하지 않겠다”면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저희들이 자진해서 의회와 협조차원에서 청문회를 가는 것인데, 사실 국회에서도 적격-부적격을 내지는 않는다. 청문회가 어떤 효력을 가질지, 어떤 내용으로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제도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상정보류’ 당론 채택으로 조직개편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과 관련해서는 “입법예고 과정을 통해 소탐대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들은 걸러진 내용이다. 그런데 의회에서 상정도 않겠다고 하니 골치 아픈 것도 사라졌다”고 쿨한 반응을 보였다.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시설관리공단 조례와 관련해서는 “그 동안에서 부서에서도 보고하고, 행안부 심사까지 거치고 의회에 제출된 것”이라며 “최종 심의권은 의회에 있는 만큼 의회결정에 따르겠다. 다만, 어떤 조직이 제주의 현안해결과 행정의 효율, 도민복리 증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잘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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