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875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제주본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최저임금보다 1.5% 오른 시급 875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며,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 수준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악임금’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에서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7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며 “물가인상률과 법 개악으로 각종 수당 등을 최저임금 범위에서 산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악임금이 됐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보여준 태도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이해하는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위원들은 코로나19 핑계로 삭감을 주장했다. 한국사회 경제위기의 상수인 재벌의 부정부패나 불공정한 갑질, 관행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오직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최저임금을 삭감하는데 열을 올렸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공익위원 역시 한심했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 제도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입장을 조정하기 보다는 사용자위원의 주장 편들기에 바빴다. 공익위원들은 역대 최저 인상률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태를 책임지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제주본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규탄했다.
 
한국노총은 “인상이라 하기 민망한 인상률과 매년 파행으로 반복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바라보고 실망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400만명 가까운 취약 노동자의 생계비용이다. 극한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박고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쟁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 권리”라고 운을 뗐다.
 
특히 최저 인상률을 사용자위원이 아니라 공익위원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에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 만큼 참담한 수치다.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라며 “역사에 기록될만한 숫자를 사용자위원도 아닌 공익위원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참담함은 형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어떠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으며 땀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익위원들이 1.5%라 적었다”며 “1.5% 근거에 대해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생계비 등을 이유로 내놓았지만,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생계비의 경우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비혼 단신 기준으로 여전히 40만원정도 부족한 수준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현행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비혼 단신 가구가 아니라 복수의 가구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5% 인상은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에 턱 없이 낮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1998년 IMF 사태(2.7%), 2010년 외환위기(2.75%) 때도 보지 못한 수치다. 공익위원들은 인상률을 보지 말고 인상액을 강조하는데, 언어도단이다. 20여년전과 지금의 화폐가치 변화는 생각하지 않는가. 물가 차이는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1997년 당시 자장면 가격과 지금의 차이를 알고는 있는가. 학부모 등골을 휘게 한다는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고 있나. 시급 기준 인상액 130원만 봐도 최근 20년간 두 번째로 낮은 인상액이다. 공익위원 주장을 통해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수준을 파악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 노동자위원 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 공익위원들의 거취에 대한 판단여부는 그들의 마지막 양심에 맡긴다. 최악의 길로 빠진 최저임금위원회 시스템에 대해 구성과 운영, 존재여부까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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