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쟁점해소 3번째 토론회 찬반 여전히 팽팽…24일 종합토론 예정

16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3번째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조사(이하 사타)를 수행한 (주)유신 엔지니어링이 사타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입지 선정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2공항 반대측은 “오류가 있는 사타를 토대로 결정된 성산읍 일대 입지 선정 자체가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12년 제주도가 한국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제주공항 개발 구성연구(이하 구성연구)’에서 최적의 입지 중 한 곳으로 꼽힌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세번째 공개연속토론회가 16일 오후 2시부터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공동 주최로 총 4차례 계획된 토론회 중 3번째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주제는 ‘입지선정의 타당성’이었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의 사회로 ▲찬성측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오정훈 (주)유신 엔지니어링 상무 ▲반대측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신도’다.

 
사타에서 용역진은 ‘전문가 판단에 따른 최적화’라는 이유로 2012년 구성연구에 거론됐던 신도 입지(이하 당초 신도 입지)가 아니라 위치를 다소 변경해 연구를 수행했는데, 반대측은 구성연구의 첫 입지대로 사타가 진행됐으면 신도가 최적의 입지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찬성측 패널 오정훈 (사)유신 엔지니어링 상무, 김태병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

▲사타 보고서 곳곳에서 발견된 오류

세 차례 이어진 제2공항 쟁점해소 공개토론회는 각 패널 소개가 끝나면 찬·반 양측이 10분간 각자의 입장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찬성패널을 대표해 발표에 나선 김태병 정책관은 “사타에 오타나 계산 오류가 몇 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며 일부 오류를 시인했다.
 
사타를 토대로 제주 제2공항 입지로 성산읍 일대가 선정됐는데, 사타에 나온 각 후보지별 안개일수나 소음피해 가구수, 지하수 보전구역 등 수치에 오류가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김 정책관은 “오류가 발생한 부분을 다시 검토했지만, 입지 선정 결과를 바꿀 만큼 큰 오류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2차례 검찰 수사와 공익 감사도 이뤄졌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국제민항기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전문가들이 입지를 결정했다”며 전문가 판단에 따른 입지 선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측은 오류가 있는 사타를 토대로한 입지 선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찬식 실장은 “사타에서 제주환경의 가치나 특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사타에서 최종 후보지에 오른 4곳 모두 오름을 절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타에서 오름은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는 단순한 장애물로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사타 최종 후보지는 신도2, 하모1, 난산, 성산 등 4곳이며, 이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성산이 제주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됐다.
 
박 실장은 “오름 등 장애물에 대한 가중치는 5점이다. 최종 후보지에 오른 1곳이 오름 수백개를 절취한다고 해도 1점을 받게 된다. 오름을 전혀 절취 하지 않는다면 5점을 받게 돼 점수차이는 4점이다.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반대측 패널 박찬식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

▲사타에서 입지가 변경돼 연구된 ‘신도’

2012년 제주도가 현 제주국제공항 확장과 신공항 건설 등 2개 대안을 갖고 한국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구성연구에서 신도는 최적의 입지 중 한 곳으로 꼽혔다.

구성연구에서 당초 신도 입지는 해안가를 향한 활주로 1개와 산간을 향한 활주로 1개 등 2개로 분류됐다. 특히 해안가로 활주로를 조성할 경우 환경파괴와 소음피해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측됐다.
 
2015년 진행된 사타에서 신도는 성산에 밀려 최적의 입지로 선택받지 못했는데, 사타에서의 신도 입지는 구성연구 당시 신도 입지와는 다르다. 
 
반대측은 “1~3단계로 진행된 사타 1단계에서 처음 고려된 입지는 총 31곳이다. 2015년 실시된 사타에는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3년 전 수행된 ‘구성연구(2012년)’ 결과를 참고해 첫 입지를 골랐다고 명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구성연구에서 제안된 입지 모두 그대로 사타에 반영됐는데, 유독 신도 입지만 2012년 구성연구가 제안한 당초 신도 입지에서 바뀌었다. 도대체 왜 위치를 바꾼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찬성측은 ‘전문가 판단에 따른 최적화’라고 답했다.
 
찬성측은 “활주로 최적화는 항공안전을 위해 활주로 위치를 미세 조정하는 절차다. 항공기가 직진입하는 경로상에 장애물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전문가적 판단을 거쳐 시행하는 일반적인 조치”라고 답했다.
 
반대측은 “당초 신도 입지에서 위치가 바뀌면서 소음피해 가구수가 크게 늘었고, 가시오름과 모슬봉 등 오름을 절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애초에 입지를 바꾸지 않았다면 오름 절취도 필요 없었다. 최적화로 인해 오히려 입지가 더 안좋아졌다”고 따져 물었다.
 
왼쪽부터 찬성측 오정훈 상무, 김태병 정책관, 사회자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반대측 박찬식 실장, 문상빈 대표.

▲오류 없이 사타가 진행됐으면 최적의 입지는 신도?

반대측은 사타에서 신도 입지가 바뀌면서 결과 자체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2012년 구성연구에 나온 당초 신도 입지 그대로 적용됐다면 신도가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주장인데, 찬성측은 소음피해나 환경성 평가 부분은 ‘전문가 판단’이라는 점을 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반대측은 “당초 신도1과 신도2가 입지로 거론됐다. 활주로를 해안가로 향한 신도2의 입지가 최적으로 거론됐는데, 전문가 판단에 따라 최적화해 옮겼다는 입지는 최적으로 판단된 신도2보단 신도1 입지와 2/3 가까이 겹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초 신도 입지는 오름을 절취할 필요없고, 지하수 보전구역도 많지 않아 환경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용역진이 신도 입지 위치를 옮기면서 소음피해 가구가 늘어나고 가시오름이나 모슬봉을 절취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와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찬성측은 “제주에는 오름 368개가 있다. 오름이 너무 많고, 경사도가 있어 공항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신도의 경우 가시오름이나 모슬봉 절취 등 문제가 있어 성산에 밀렸다. 반대 측 말대로 당초 신도 입지에 활주로 방향을 해안가로 내면 수월봉이 저촉돼 절취해야 한다. 수월봉은 지질공원으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측이 활주로 거리를 물었고 찬성측이 “3km”라고 답하자 반대측은 “2.5km로 줄이면 수월봉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맞섰다.
 
이어 반대측은 “사타에 수월봉 저촉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신도에 공항을 건설하고 추후 확장했을 때 수월봉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려해야 한다고만 명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측은 “사타에는 수월봉이 저촉되지 않는다고 나온 것이 맞다. 다만, 반대측이 주장한 대로 기존 신도 입지를 선정하면 해안경관 1등급의 해안을 대규모로 매립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반대측은 “공항 입지에 수용되는 마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안가로 설정됐을 뿐이다. 산간으로 위치를 조금만 옮기면 해안가 매립, 수월봉 절취 등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제2공항 입지를 신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 사타에 오류가 많기 때문에 모든 결정은 무효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신도 입지가 변경되면서 소음피해 가구수가 크게 늘어나고 환경성 점수가 크게 낮아졌다는 주장에 대해 오름절취, 수월봉 저촉 등으로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던 찬성측은 “전문가의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해 나갔다. 
 
이에 반대측은 “사타에 신도는 소음피해 가구수가 2157가구로 명시돼 10점 만점 중 1점을 받아 가중치(15)를 적용해 1.5점을 받았다. 성산읍(962가구)은 6점을 받아 가중치를 적용하면 9점”이라며 “당초 신도 입지를 적용하면 소음피해 가구는 531가구가 돼 7.5점을 받는다. 성산의 경우 1.5점으로 소음점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두 입지의 점수가 13.5점이나 차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종입지 선정 과정에서 성산읍 최종점수는 87.5점, 신도는 68.5점을 받았다.
 
반대측은 "환경성 점수도 마찬가지다. 당초 신도 입지는 지하수 보전구역 등이 적어 환경파괴가 매우 적었다. 국토부와 용역진이 수행하는 방식 그대로 점수를 적용하면 최종적으로 신도는 90점, 성산은 81.5점을 받게 돼 신도가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찬성측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른 최적화다. 이미 사타에 결과가 다 나와 있는데, 사타에서 논의되지 않은 당초 신도 입지에 대한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제민항기구 9개 기준과 제주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반대측은 “찬성측은 당초 신도 입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오름 절취, 수월봉 저촉 등에 대해서는 대답하면서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소음피해와 환경성 문제는 '전문가 판단'을 핑계로 대답을 피하고 있다. 우리(반대측) 주장대로 당초 신도 입지가 연구됐다면 성산읍보다 높은 점수를 받게 되니 대답을 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 제2공항과 관련된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상호 쟁점을 공개적으로 논의, 제주 지역 사회에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 4차례 예정된 토론회 중 3차례가 마무리됐으며, 오는 24일 마지막 4차 ‘종합토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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