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사람만 봐도 심장이 떨려요. 이젠 아빠와 사는 것도 거부감이 들어요. 약을 먹어도 하루하루가 악몽입니다”

믿고 따르던 스승에게 평생 잊기 힘든 상처를 받은 학생은 용기를 내고 증인석에 섰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기억이었지만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그날의 아픔을 스스로 꺼내 보였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 교수 A(62)씨를 상대로 16일 2차 공판을 열어 판사 직권으로 피해자 증인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일부 비공개로 공판을 진행했다. 두 사람의 접촉을 막기 위해 증인석 주변에 차폐시설(가림막)을 하고 피고인은 법정 밖 대기실로 일시 퇴정조치했다.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재판부의 질문에 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하기 위해 부득이 출석을 요청했다며 증인신문 배경을 설명했다.

공소사실과 증인의 법정 진술을 종합하면 A교수는 2019년 10월30일 오후 5시30분 학교에서 피해자를 만나 차를 이용해 관음사 주변 공동묘지로 향했다.

이어 제주시내에서 드라이브를 하고 도내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술도 마셨다. A교수는 피해자에게 술자리를 추가로 제안하며 인근 노래주점으로 데려갔다.

악몽 같은 일은 이 곳에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A교수가 술을 마시던 중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도록 하며 유사강간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 녹취 파일에는 피해자가 207번이나 싫다며 저항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53번은 집에가고 싶다. 7번은 나가고 싶다, 5번은 만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비명 소리도 15번이나 담겼다.

해당 노래방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려 하자, A교수가 두 차례나 여학생을 방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문제가 불거지자, A교수가 해외유학 장학생 추천까지 제안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반면 피해자는 ‘장학금 출처나 추천 경위 등의 내용도 모르고 꺼림직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피해자는 “노래방에서 A교수가 안주를 주는 척하더니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며 “이후 그 행위가 이뤄졌다. A교수가 안경을 고쳐 쓰는 틈을 타 문을 열어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서 작성은 용서를 해서 작성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A교수를 용서한 적이 없다”며 “복직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다. 엄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또 “재판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A교수의 책으로 공부할 수는 없다”며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을 꿈꿨지만 트라우마로 악몽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교수측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범행 전 우울증 등 처방 내역을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 기일에 피고인 신문 의사도 전했다.

재판부는 앞선 6월18일 1차 공판에서 직권으로 피고인을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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