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 제2공항 공개토론회 이후 갈등해소 방안 마련해야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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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15년 11월 성산 지역에 제주 제2공항을 세우겠다고 공식 발표한 지 어언 6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국토부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여 지난해까지 제주공항 인프라확충사업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기본계획 최종보고회까지 마쳐 기본계획 고시를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와 내용상 부실 논란이 있게 되면서 제2공항을 강행하는 국토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상도민회의 사이에 의견 괴리가 너무 크다. 제2공항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비용이 너무 크다. 인근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도민들 사이에도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 되고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강정해군기지 갈등을 연상하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의 환경 갈등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서 생겨나는 절차상 하자, 사실관계 불일치, 이해관계 대립, 구성원들 사이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환경갈등은 객관적 사실의 진위, 절차적 분배적 정의, 가치관과 세계관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관점이나 가치관에 대해서는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관점과 가치관이 다르다 보면 객관적 사실마저도 달리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토론장에 찬성 측과 반대 측만 있는 경우엔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도 끝까지 평행선을 그으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도에서 제일 큰 갈등사안은 제2공항 문제일 텐데, 사실은 정부가 그 문제에 기존공항을 확장할 것이냐, 제2공항을 마련할 것이냐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 그러니 그 선택은 주민들의 결정에 맡겼던 것이고, 일단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을 선택했다. 제주공항은 완전히 포화상태여서 제주도의 발전이라든지 또 제주도민들의 어떤 이동권을 위해서도 공항을 확장하거나 제2공항을 만드는 일은 필요하다. 정부는 제주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제2공항을 추진하는 국토부장관과 제주도지사는 아전인수격으로 대통령 말씀의 뜻은 “제2공항은 이미 도민의 여론을 확인한 사항이고, 현 제주공항의 안전, 시급성,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제2공항 추진 여부를 주민들의 결정에 맡긴 적도 없고,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을 선택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의 말씀은 “제주도민이 기존공항을 확장할지 제2공항을 만들지를 선택하면 정부는 제주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주국가에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서 다수 주민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국책사업이고 지역 숙원사업이라도 찬반이 팽팽하며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거나 다수 주민이 수긍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을 재고하든가 갈등 해소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봐야 한다. 그리고 무지에 의한 동의는 무효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찬반 여론조사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그 사안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그 사안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시킨 다음에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국토부는 반대 주민의 요구에 따라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실시했을 뿐 아니라, 타당성 재조사 모니터링 목적으로 3개월간 운영되어 종료된 검토위원회도 2개월 연장 운영하면서 반대 측과 여러 차례 회의와 공개토론회를 실시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제2공항을 추진하는 국토부와 그에 반대하는 비상도민회의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서 제시된 사실들과 미래 예측들에 대해서 뚜렷이 입장이 갈린다. 이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는 제2공항을 강행하는 국토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상도민회의 사이에 3차례 비공개 토론회를 열면서 4차례 진행될 공개토론회에서 집중 논의 될 사실관계 확인 및 주요 쟁점을 도출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갈등해소 특위는 공개 연속토론회의 목적을 제2공항 추진 관련 찬·반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사실관계를 둘러싼 상호 간의 쟁점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고, 제주 지역사회에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와 비상도민회의가 각 2명씩 토론자로 참여하고, 찬·반 이해관계자와 공모를 통해 신청한 도민도 매회 50명씩 토론회에 참여했고,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한 도민들은 당일 온라인을 통해 질문을 할 수 있고, 양측 토론자들의 질의응답에 반영하도록 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개토론회는 7월 2일 공항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을 시작으로, 기존공항 활용가능성(9일), 입지선정의 타당성(16일), 총괄적 평가(24일) 등 4차례 실시하기로 하였다.

지난 2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첫 번째 공개연속토론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7월 2일 열린 1차 공개토론회에서는 제2공항 필요성에 대해서 국토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반면에, 비상도민회의는 ‘수요예측부터 잘못 되었다’, 환경수용력에서 대해서는 ‘환경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면 된다’는 반면에 ‘제주도는 환경적 측면에서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는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에 주민투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반면에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9일 열린 2차 공개토론회에서는 현 제주국제공항 확장여부에 대해서 국토부는 ‘제주국제공항 포화 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반면에 비상도민회의는 ‘전 세계적 추세에 따라 관제 시스템 등을 개선하면 수용력을 충분히 더 늘릴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사용하지 않는 남북활주로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그러려면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는 반면에, ‘최근 공법이 발달하면서 바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교량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리고 16일 열린 3차 공개토론회에서는 제2공항 입지선정을 놓고도 격론이 벌어졌다.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진이 2012년 구성연구에 거론됐던 당초 신도 입지 위치를 다소 변경해 연구를 수행한 것에 대해 반대 측은 구성연구의 첫 입지대로 사전타당성조사가 진행됐으면 신도가 최적의 입지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주장한 반면, 국토부에서는 ‘오류가 발생한 부분을 다시 검토했지만, 입지선정 결과를 바꿀 만큼 큰 오류는 없었다’고 맞섰다.

왼쪽부터 ▲찬성측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주무관,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사회자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반대측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두 번째 공개연속토론회. 왼쪽부터 ▲찬성측 김성관 제주지방항공청 주무관,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사회자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반대측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제 마지막 4차 ‘종합토론’만 남겨 놓고 있다. 3차례 공개토론회를 치른 현재, 양측의 입장 차이가 보다 선명해졌을 뿐 쟁점을 합리적으로 해소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연속 공개토론회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이번 연속 공개토론회에서 ‘찬성과 반대 측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사실관계를 둘러싼 상호 간의 쟁점을 합리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제2공항 찬성과 반대 측의 뚜렷한 쟁점, 즉 찬성 측에서 왜 찬성하고 반대 측에서 왜 반대하는지를 제주지역 사회에 알리는 역할’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공개토론회 과정에서 제2공항을 강행하려는 국토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상도민회의, 그리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에 갈등 해소는커녕 서로의 입장 차만 더욱 명료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국토부와 제주도에서 공개토론회를 제2공항을 강행하기 위한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거나 공개토론회를 제2공항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 갈등 문제를 그대로 둘 경우 지역주민과 도민들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제2공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찬반 양측만이 아니고 제3자가 참여하고, 이해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도 다수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양측의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 대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3자에게 자료를 제공하여 그들의 객관적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찬성과 반대 측의 의견을 들어보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의를 통해서 양측으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듣고 그 사안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 보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국가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특정 사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모든 주민에게 제공하고 그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이다. 제2공항을 지음으로해서 얻는 것은 뭐고 잃는 것은 뭔가를 도민들이 정확히 알리고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자는 것이다. 1차 공개토론회에서 도민 여론 수렴을 위해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찬반 도민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주민투표 시 갈등이 심화 될 수 있다. 만약 제2공항 사업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진행한다면 국토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주민투표를 해야 될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주민투표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정부에서는 국책사업을 하면서 생기는 찬반갈등을 종식시킬 중요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차선책으로 절차와 규모를 축소해서 일부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그 사안에 대해서 찬반을 묻는 숙의형 공론화를 택해볼 수도 있다. 물론 원희룡 도지사가 2018년 영리병원 개원 여부를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 해놓고 그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말이다. 이번 네 차례 진행되는 공개토론회는 제2공항 강행과 저지 측의 선명한 의견 대립을 확인하는 것 말고 뚜렷한 결론은 없지만, 숙의형 공론화를 위한 기초 단계로서 의미는 크다. 제2공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진정한 주민여론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 국토부와 제주도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언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숙의형 공론화라도 수용해줄 것을 촉구한다. 제주도의 국회의원과 제주도의원들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 윤용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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