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정민 사건 2년 지났지만 술파티 악용 성범죄 꾸준...농어촌민박 안전인증 4% 머물러

2018년 2월8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폐가에서 여성관광객 A(26)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나홀로 제주여행의 추억은 하루 만에 악몽으로 변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한정민 게스트하우스 사건’ 이야기다. 이 이름 세 글자는 우리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졌지만 제2의 한정민은 여전히 제주 곳곳에서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한정민(당시 33세) 사건으로 떠들썩한지 불과 석달 뒤인 2018년 5월10일 새벽 김모(25)씨는 전날 투숙한 여성 관광객 B(25)씨가 만취상태로 객실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성폭행했다.  

김씨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아들이자 관리인이었다. 당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남녀 투숙객들이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피해자는 구토를 수차례 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

한정민 사건 이후 술파티 등 변종 영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기형적 음주문화는 계속됐다. 김씨는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성욕을 채웠다.

애초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피해자의 속옷에서 정액 반응이 나오자 합의하에 잠자리가 이뤄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성범죄는 이뿐만이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인 40대 C씨는 2019년 11월25일 오전 1시쯤 투숙객들과 술을 마시다 20대 여성 관광객이 방으로 들어가자 안내를 해주겠다며 따라갔다.

단 둘이 남게 되자, C씨는 방 열쇠를 빼앗아 피해자를 객실방에 눕히고 성폭행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나흘 뒤 또 다른 30대 여성 투숙객을 추행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게스트하우스의 실질적 관리인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술파티가 이어졌고 술에 취해 저항하기 힘든 여성들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제주도는 한정민 사건 이후 술파티 등 변칙 영업을 하는 숙박업소를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지하에 클럽을 만들어 DJ까지 섭외하는 등 술을 마시며 춤판을 벌이는 곳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반음식점을 등록하거나 건물 내 별도 편의점을 차릴 경우 현행법상 술을 제공하는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다. 때문에 기형적인 숙박업소가 지금도 난립하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금도 ‘홀로 여행하고 밤에 술파티를 함께 하자’는 도내 게스트하우스의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도는 물론 경찰까지 합동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게스트하우스의 등급별 관리와 농어촌민박안전 인증제 시스템을 구축 등 후속 방침을 쏟아냈다.

도내 농어촌 민박은 2018년 3556곳에서 2019년 4273곳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었지만 올해 4482곳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농어촌민박사업은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투숙객에게 숙박과 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숙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과 소방안전법상 위생·소방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농어촌민박사업은 이를 피해갈 수 있다. 도내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농어촌민박사업이다.

제주도는 2018년 8월 전국 최초로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를 도입해 2년째 폐쇄회로(CC)TV 설치 등 20개 항목에 대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보다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개선했지만 정작 CCTV 설치율은 4%에 그치고 있다. 운영자 대부분이 임차인으로 비용 부담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이달 말까지 관내 농어촌민박 등 100개소 이상을 표본 추출해 분야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사업장 방역과 이용객 발열체크는 코로나19에 대비한 점검도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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