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인터뷰 / 제주 유기견 봉사단체 ‘봉투’를 만나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6월29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주]  
유기견 봉사단체 '봉투'가 봉사활동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봉투 ⓒ제주의소리
유기견 봉사단체 '봉투'가 봉사활동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봉투 ⓒ제주의소리

“유기견 봉사를 하고 싶어서 동아리 등 이곳저곳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결심했죠.” 

소외받는 유기견 문제를 주목하고, 봉사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청년들이 있다. 김다은(24)씨와 하수진(24)씨는 2년전 ‘봉사로 세상을 투명하게 만들다’는 뜻으로 만든 유기견 봉사단체 ‘봉투’다. 이후 합류한 박은지, 박제희, 문소현, 김애련 씨까지 여섯 명의 동갑내기가 뭉치게 된다.

일요일 오전 9시 30분, 누군가는 달콤한 잠에 빠질 시간이지만, 여섯 명의 동갑내기는 유기견 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주말을 시작한다. 이들은 일요일마다 아라동의 ‘행복이네’, 와흘의 ‘한라봉 쉼터’, 조천의 ‘호호 쉼터’, 한림의 ‘한림 쉼터’와 ‘소소 동산’ 총 다섯 곳의 유기견 쉼터를 번갈아가며 방문한다.

각 쉼터는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개인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적게는 30마리부터 많게는 150여 마리의 유기견이 머물고 있다. 이들은 청소부터 간식 챙겨주기, 산책, 진드기 약 발라주기 등 강아지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유기견 쉼터 ‘소소 동산’에서 강아지를 보살피고 있는 박제희 씨. /사진제공=봉투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유기견 쉼터 ‘소소 동산’에서 강아지를 보살피고 있는 박제희 씨. /사진제공=봉투 ⓒ제주의소리

“우리가 더 위로받아요!” 강아지와 만나면 따뜻해진 마음

‘봉투’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 유기견을 돕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뭉쳤다. 매번 갈 때마다 자라는 강아지들을 보며 직접 기르는 심정으로 봉사를 참여하고 있고, 현재 우리가 유기견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봉사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창 놀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쉼터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유기견을 목격한 이후 이들은 지속적인 봉사를 하고 있다. 6명에서 시작했지만, 더 많은 유기견 쉼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이들의 선한 의도가 마음을 울렸는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꾸준한 활동이 이어져 어느새 매주 평균 약 50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는 규모가 됐다.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일을 겪고도, 우리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요” 

문소현(24)씨는 “봉사하며 생기는 유기견에 대한 애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며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 소중해 유기견 봉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하수진(24)씨도 강아지를 만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봉사하다가 한 강아지가 저한테 오더니 다리에 오줌을 누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어서 저리 가라고 손짓을 했죠. ‘다른 강아지들은 다 자기 구역에 오줌을 누는데, 이 강아지만 왜 내 다리에 오줌을 눈 걸까? 참 웃긴 강아지네’ 생각하고 말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인터넷에 검색을 했는데, 강아지는 자기가 의지하고 싶은 사람에 소변을 누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이 강아지가 내게 의지를 하고 있구나...’”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유기견 쉼터 ‘행복이네’에서 청수 후 강아지들과 놀고있는 김애련 씨. /사진제공=봉투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유기견 쉼터 ‘행복이네’에서 청수 후 강아지들과 놀고있는 김애련 씨. /사진제공=봉투 ⓒ제주의소리

박제희(24) 씨는 “각 쉼터는 소장님들이 직접 운영하고 계시는데, 유기견의 이름과 사연을 일일이 설명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각 쉼터에 있는 소장님들의 열정이 봉사를 꾸준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은지(24)씨는 “행복이네 쉼터 소장님이 유기견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유기견마다 가진 사연도 말해줘서 이것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다”며 “영상 제작을 통해 유기견을 보호해주시는 소장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다른 구상도 현실에 옮기고 있다. 유기견의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기견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다음 달 30일 제주청년센터에서 열리게 된다.

‘봉투’에 담긴 이들의 마음

친구들과 하는 봉사는 언제나 힘이 나지만, 처음에는 힘든 점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당일 날 연락을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사람.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에 봉사를 참여해놓고, 생각보다 힘든 일에 실망하는 사람 등 운영에 차질을 겪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다.

김다은(24) 씨는 쉼터에서 만난 한 유기견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며 봉투가 지닌 각별한 의미를 전한다.

“사람에게 버려진 상처에 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던 유기견이 있었어요. 이 강이지를 한동안 정성을 다해서 보살폈어요. 그날도 매번 하던 것처럼 강아지를 걷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 순간 밖을 향해 걷는 모습을 봤어요. 저보고 같이 산책하자며 꼬리를 흔들더군요. 그때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나의 정성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죠.” 

이들은 또 누구든지 봉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겁먹지 말고 편하게 연락을 달라’고 전했다. 

고된 봉사일도 서로 도우며 즐기고 있는 여섯 명의 동갑내기들. 소외받는 유기견 문제에 앞장서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봉사’라고 답했다. 유기견 인식개선을 위해 봉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인 ‘봉투’. 이들의 희망찬 소망이 만들어낼 선한 영향력이 기대된다.

유기견 봉사단체 ‘봉투’의 다섯 동갑내기들. 왼쪽부터 김다은, 박제희, 박은지, 하수진, 문소현 씨. /사진=진영표 ⓒ제주의소리
유기견 봉사단체 ‘봉투’의 다섯 동갑내기들. 왼쪽부터 김다은, 박제희, 박은지, 하수진, 문소현 씨. /사진=진영표 ⓒ제주의소리

끝으로 ‘봉투’가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 하고픈 말을 전한다.

김다은: “사지 말고 입양을 해주셨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박제희: “우리도 처음 가는 보호소에는 미숙할 수 있어요. 다른 봉사자분들이 저희를 동등한 입장에서 편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똑같은 봉사단원이기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박은지: “봉투의 인스타그램 말고도 페이스북이랑 블로그, 유튜브를 운영할 계획이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문소현: “유기견 봉사를 머뭇거리시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한 번만 미친 척 참여해보시라고. 정말 뜻깊은 시간이 될 거에요!”
하수진: “유기견 봉사는 생각보다 힘들어요. 하지만 유기견과 교감을 통해서 우리도 얻는 게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강아지들에게 얻는 위로와 힐링에 감사함을 느낀다면 더 값진 봉사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진영표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제가 쓴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겐 선한 영향을 끼치길 항상 염원합니다.

제주의 소리를 담아 외칠 줄 아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