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흘2리 개발사업으로 주민 찬반갈등 ‘격화’...봉사와 권력 사이 아슬아슬 줄타기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는 국내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선흘곶자왈 속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마을이다.

2018년 10월 조천읍 일대가 세계 최초의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됐지만 사파리월드와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으로 2년 가까이 찬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소송까지 불거지면서 마을에서 전과자까지 생겨났다. 급기야 리사무소가 압수수색 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갈등의 중심에는 마을이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장은 예로부터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제주특별자치도 리·통 및 반 설치 조례에 따라 이장은 읍·장·동장의 지도·감독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처리한다.

주요 업무는 리·통 관내 환경개선 및 교통질서 확립 등 지원에 관한 사항, 각종 공익활동 협조지원에 관한 사항,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복지업무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이다.

지역개발사업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사항도 업무에 포함된다. 제주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늘면서 이장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막대한 발전기금 논쟁에 휘말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항과 항만, 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리장, 풍력발전, 해수욕장 등이 들어선 마을에서는 각종 수익사업은 물론 여러 마을 개발 사업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흘2리 역시 2019년 7월 사업자인 대명그룹측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7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이중 3억5000만원이 올해 1월 마을회 통장으로 넘어갔다.

발전기금 논란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개발은 물론 공장이나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마을발전기금이 오가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권 개입 논쟁으로 주민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민들끼리 의심하고 비난하면서 마을 이미지는 추락하고 법적 분쟁으로 상처만 남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실제 2017년 3월20일 제주시 모 마을회장의 경우 마을 내 호피스텔업 업체로부터 마을 경로잔치와 마을포제 지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고 이를 횡령해 사용하다 처벌 받기도 했다.

2019년 2월에는 제주도건설기계협의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동네 공사에 이장과 청년회장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한탕을 잡으려고 갑질을 한다고 폭로하는 일도 있었다.

마을 내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이장 등 마을 임원들은 정보 독점과 각종 권한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이를 악용해 마을이장을 사업 추진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마을 내부에서 갈등 해소가 어려울 경우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나 갈등조정협의회를 통해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안’이 제정되면서 주민간 갈등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가 명시되고 사회적 논의가 가능해지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일부 이장들이 권한을 남용해 이권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당수 이장들은 여전히 봉사의 마음으로 마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 독점을 통한 권력화와 이권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간 투명한 정보 공유가 필수다. 기존 원로회의 방식의 일방적 소규모 논의는 의견수렴에 제한이 생긴다. 

주민들 스스로도 감시자 역할을 하며 마을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참여적 의사결정 방식이 보장되면 지역사회 통합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