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37) 도의회 도민의견 수렴 결과 수용해야 마땅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4일 오후2시부터 KBS제주방송총국에서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서가 24일 KBS제주방송총국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제2공항갈등해소특위)가 마련한 총 4차례의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토론회가 마무리되었다. 지난 2월 제주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와 원희룡 제주지사 간의 면담 결과 제2공항 갈등해소 노력에 합의한 후 첫 공동의 공개 행보였다. 당시 합의사항으로는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도민의견 수렴과정에 협력하며 제주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의 최종 도출된 도민의견 수렴결과를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해소되지 않은 쟁점해소 토론

이번 토론회는 사업주체인 국토부와 제2공항 건설 강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토론자로 나서 쟁점사항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예상했던 대로 서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마지막 토론에서 국토부는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면 적극 수용하겠다.’며 수행 주체의 조건은 달았지만 도민공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쟁점사항과 관련해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였지만 핵심쟁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 토론이었다. 먼저 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주제로 한 1차 토론회에서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용역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줄어든 항공수요 예측치를 볼 때 이는 현 제주공항 활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전타당성조사의 과도한 수요예측을 근거로 불필요한 제2공항 계획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미래 결과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냐며 수용예측 결과는 불확실할 수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핵심주제의 토론을 피해갔다.

현 제주공항 활용가능성을 주제로 한 2차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현재 제주공항의 활주로 용량은 초과되어 확장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국토부 공식 문서나 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제주공항 활주로 용량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제2공항 강행을 위한 거짓 주장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국토부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현 제주공항을 활용하기 위해 제안한 조건 중에 공역조정, 항공기의 분리간격, 보조활주로 활용, 주기장 증설 등의 조건은 수용이 어려워 제주공항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DPi는 수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건을 제시했고, 제2공항도민회의에서도 이들 조건의 수용 가능한 논지를 펴고 있어 국토부의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3차 토론회는 입지선정 타당성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는 사전타당성 용역의 오류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특히 결과적으로 성산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신도지역 후보지의 활주로 위치를 고의로 바꾸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활주로 위치를 옮긴 것은 활주로 최적화를 위해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결과 소음피해 가구수가 크게 늘고, 두 개의 오름을 절취해야 하는 등 최적화가 아니라 오히려 입지가 더 안 좋아져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신도 후보지 활주로 위치를 옮기지 않았으면 성산 후보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적화를 이유로 활주로 위치를 옮겨 후보지에서 탈락한 점에 대해서는 국토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2012년 용역에서 최적의 후보지로 거론된 신도 해안가 후보지가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는 아예 후보지로 검토되지도 않은 반면 같은 용역에서 검토되어 탈락한 우도, 김녕 후보지 등은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에도 후보지로 검토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 국토부는 답변하지 못했다. 이 역시 성산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올 수 있는 후보지를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제2공항 건설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용역은 여전히 조작·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의혹 안은 채 절차 강행?

이처럼 제2공항의 쟁점과 의혹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국토부는 제2공항 절차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토론회에 참여한 것 역시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공론 과정에 동의해서 참여했다기보다는 제2공항 건설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크다. 토론과정에서 줄곧 현재 진행 중인 환경부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를 언급하며 조만간 환경부가 요구한 사항에 대한 보완서를 접수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4차례의 공개 토론회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가 합의하여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어렵게 만든 자리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의혹과 쟁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금까지도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정보와 관련 자료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사업의 불신을 키워왔다.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발표와 전문가의 의견을 믿어달라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할 뿐 사실관계에 대한 명쾌한 해명은 부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이어가고 제2공항을 강행하려는 것은 해당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토론회에서는 제2공항 갈등해결 방안에 대해 제주도의 도민의견 수렴결과를 수용하겠다면서 한쪽에선 계획을 강행 추진하려는 것은 국토부 스스로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특히 도민의견수렴의 주체를 특정 짓는 것도 사실 국토부라는 중앙정부의 오만함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는 안되고, 반드시 제주도가 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이는 제2공항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제주도를 염두에 둔 발언임을 도민들이 모를 리가 없다. 기다렸다는 듯이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의회 긴급현안질문의 답변에서 제2공항 찬반이나 선호도를 묻는 도민의견수렴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국토부의 제2공항 강행을 지원하는 발언이다.

  도의회 도민의견 수렴결과 수용해야

현재 제주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가 나서 제2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도민의견을 모으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도는 제주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와 도민의견 수렴결과를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도민의견 수렴의 주체를 제주도로 한정시킨 몽니 가득한 국토부의 요구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조건은 충족한 셈이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나 원 지사의 발언은 제주도의회와 합의는 물론 제주도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하여 도민사회의 전반적인 기류는 도민이 판단하고, 도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유세에서도 도민의견수렴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 도민의 선택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으로 인한 도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도민공론의 절차를 굳건히 진행해야 한다. 제주도는 제주도의회와의 합의를 존중하여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의 활동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그나마 지금까지 제 역할을 방기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국토부는 도민의견수렴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하여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 제주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의 도민의견 수렴결과를 존중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아직 해소되지 않은 쟁점사항에 대하여 모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해명해야 하며, 문제가 확인된 사항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과와 책임을 져야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곧 제2공항의 갈등을 풀고 성숙한 민주주의의 도민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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