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8)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이기승 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장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척박한 제주 땅에서 삶을 일구며 함께하는 법을 익혀온 선대의 수눌음 정신을 바탕으로 다툼 없는 행복한 농촌을 만들겠다는 이가 있다.

제주의 땅에서 자라난 백도라지를 통해 도민 건강을 먼저 챙기겠다는 이기승(64) 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장. 제주의 가치가 담긴 백도라지를 시작으로 다른 농업인이 가꾸는 작물 모두가 주목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단다.

(사)전국6차산업인증사업자협회 제주도회장을 도맡아 제주6차산업 선두에서 모든 농업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기승 소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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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라지를 통해 제주의 건강한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이기승 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장. (사)전국6차산업인증사업자협회 제주도회장도 맡아 6차산업 인증 사업체들을 알리는 산파 역할도 하고 있는 그는 활기찬 농촌을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백도라지 원물 그대로 몸에 좋은 성분을 오롯이 전달키 위해 분말 형태로 어느 것 하나 추가하지 않았어요. 먹기 불편해도 몸에 좋은 사포닌 성분이 그대로 담겼죠. 수익을 생각하기보다 도민 건강을 먼저 챙길 수 있는 백도라지 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제주의 먹거리를 도민에게 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기승 소장. 매출 상당 부분을 제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보다 효능 연구에 투자하며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우진제비오름 인근 5만여㎡(약 1만5000평) 밭에서 건강한 가치를 키워내고 있다.

이 소장은 1993년 백도라지가 일반 도라지와 교잡되지 않는 것을 처음 발견하고 차별화된 제주 백도라지를 재배키 위해 연구소를 열었다. 이 과정서 노루가 청도라지는 건들지 않고 백도라지만 먹는 것을 보기도 했다.

또 백도라지를 달여 먹는 불편함을 해소하면서도 원물 그대로를 전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3년 된 백도라지만 수확해 분말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청으로 담거나 다른 형태로 만들면 백도라지에 든 영양을 오롯이 섭취하지 못한다는 것. 신념을 지키는 과정서 아픔을 겪기도 했다.

건조 분쇄 기계를 조작하던 중 장갑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며 오른손 네 마디가 절단되는 큰 사고를 겪은 것. 건강을 회복하고 시장에 나갔을 때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아 물건 판매에도 많은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아랑곳 않고 제주 원물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진심을 담아낸 끝에 2009년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특용 분야에 선정됐다. 더불어 2015년 ‘6차산업 인증사업자’, 2019년 대한민국 농업대상 ‘농업인분야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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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2009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된 이기승 소장. 연구 성과와 차별화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특히 최고농업기술명인은 전국 30여 인원 가운데 전문가 심사와 까다로운 현장 실사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 자랑스럽단다. 제주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자긍심 제주의 가치를 담아내는 노력이 헛걸음이 아님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이 소장은 기세를 몰아 전국 325개 업체 중 10개를 선정하는 2010년 농림부 연구 공모서 1위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2011년 한국식품연구원이 수행한 면역, 당뇨조절 기능성평가 연구서는 인체적용전시험을 통해 백도라지의 효능을 인정받고 미국식품학회 SCI 저널 A급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어 2014년 임상실험을 진행, 2017년엔 농식품부 식품기능성평가 공모에 선정돼 ‘백도라지의 알러지성 호흡기염증 개선연구’를 진행키도 했다. 정부 출연 연구개발비 6000만원, 자부담 3600만원 총 9600만원이 투입돼 백도라지 분말의 기능과 안전성 평가가 이뤄졌다.

전북대학교 병원서 진행된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백도라지추출물은 △기관지 질환으로 인한 기관지 및 폐 세포 손상 억제 효과 △기관지 질환 유발 관련 호산구, 호중성구 및 림프구 세포의 기관지 유입 억제 효과 △기관지 질환 관련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 억제 등 효과가 확인됐다.

제주백도라지 분말 제품. 제공=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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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라지 꽃. ⓒ제주의소리

이에 따라 브랜드 이름도 목과 성대, 콜록콜록하는 감기에 좋다는 의미를 담아 ‘목성콜’로 지었다. 백도라지 분말에 대한 마케팅을 않는 이유를 물으니 ‘진심을 담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케팅보다 제품에 투자해 가치를 더하고 과대광고를 지양해 소비자가 충분히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단다. 더불어 연구에 투자해 백도라지 우수성을 입증한다면 제주의 다른 뿌리 작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제주산 백도라지가 인정받는다면 소비자가 다른 제주산 작물들도 믿고 찾지 않을까 생각해요. 같은 제주땅에서 자란 원물이기 때문이죠. 그런 시너지를 같이 낼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6차산업을 통해 같이의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제주 농촌 발전을 위해 6차산업에도 힘쓰고 있는 이 소장. 처음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다른 6차산업 인증경영체들을 우선 취재해달라며 한사코 사양하다 결국 거듭된 요청에 수락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6차산업에 대한 애정 어린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소장은 “6차산업은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빨리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급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하게 하다 보면 정점을 찍고 유지하지 못한 채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 수 있다. 차근히 성장해가는 재밌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가 발전하며 이주 귀농인이 많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척박한 땅을 힘겹게 일궈온 제주 농업의 얼과 삶을 알려준다면 단단한 농업인이 될 것”이라며 “귀농인의 신지식과 기존 농민의 경험이 만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상생,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얀 백도라지 꽃이 만개한 모습. 제공=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

이런 아버지의 뜻을 잇고자 아들 이동현(21) 군은 전라북도 전주시 국립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해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제주 백도라지 분야 명인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며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이 소장과 의견을 주고받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소장은 힘든 일을 이어갈 아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힘들게 일궈 놓은 백도라지를 책임져줄 후계자가 생겨 든든하단다. 혼자가 힘들다면 주민과 함께하며 오목조목 잘 나아갔으면 한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농업이 제주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백도라지에 가치를 담아내고 싶다는 이 소장. 본인이 맡은 분야에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한다면 건강한 농촌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의 막힘없는 목소리가 제주 사회에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제주백도라지 분말꿀 제품. 제공=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
엉컹퀴분말 제품. 제공=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

한기림JK백도라지연구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우진오름길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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