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철회 ‘일원화’...사실상 지방경찰청 산하 조직 신세

국내 자치경찰의 밑그림이 한순간에 바뀌면서 전국 유일의 자치경찰제도를 운영하는 제주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0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를 열어 기존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대신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당·정·청은 2006년 출범한 제주자치경찰단 모델을 토대로 현 국가경찰을 지방경찰청(국가경찰)과 자치경찰본부(자치경찰)로 분리해 각자 독립 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반면 이번 계획안은 별도 외부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 경찰 내부 업무를 크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수사경찰 등 3개 분야로 나눠 지휘·감독만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의 지휘·감독을 받고,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아래 놓이게 된다. 수사경찰은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장이 이끈다.

국가경찰의 세부 업무는 정보와 보안, 외사, 경비로 제한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등 민생치안과 밀접한 업무를 맡는다. 수사경찰은 기존 수사 업무를 전담한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경찰 조직 신설로 인한 비용 과다와 국가경찰-자치경찰 분리에 따른 업무 혼선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직 이원화 계획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느닷없는 발표에 제주자치경찰단 내부는 말 그대로 대혼란이다. 14년간 진행해 온 자치경찰 시범운영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새로운 계획안에 따르면 제주자치경찰단은 사실상 제주지방경찰청 산하기관이 된다. 지방경찰청장이 아닌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지휘를 받도록 했지만 외청 독립 기관의 지위를 잃는다.

치안감인 지방청장과 달리 단장의 직급은 자치경무관으로 한 단계 낮다. 예산과 인사권마저 분리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지방청 내 부서장 수준으로 단장의 지위가 격하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에서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 할 수도 있지만 경찰청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제주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자치경찰을 운영하고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담은 경찰청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배 국회의원이 발의를 추진 중이다. 김 의원은 11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언급하며 속전속결을 예고한 상황이다.

제주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럽다. 경찰청법 개정안에 실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우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2006년부터 전국 최초이자 유일하게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자치경찰제도 도입안을 마련하면서 그해 4월30일 국가경찰 중 27명이 자치경찰로 1차 파견되는 전국 첫 지방자치 확대시범 운영이 이뤄졌다.

그해 7월18일에는 2차로 지역경찰 등 96명이 넘어가고 2019년 1월31일에는 3차로 137명을 파견되면서 3단계에 걸쳐 총 260명이 현재 자치경찰에서 파견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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