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2리 주민들 "변호사 자문 결과 숨겨...감사 청구"

5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반대하는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5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반대하는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환경훼손과 절차적 문제 논란을 사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 행정당국이 사업자의 편을 들고 있는 이장의 해임 요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와 선인분교 학부모회 등은 5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천읍이 이장을 탄원서만으로도 해임할 수 있다는 자문 결과를 숨기며 사업자 측의 편의를 제공했다"며 공익감사 청구와 인권위 진정 등의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선흘2리 주민들은 지난해 7월 26일 마을이장 정모씨가 주민과의 협의 없이 사업자 측과 발전기금을 받기로 하고 협약서를 체결하자 한 달 후인 8월 27일 마을총회를 열고 정 이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장 임명권을 지닌 조천읍은 '변호사의 자문 결과 이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공문을 통보했다.

문제는 조천읍이 10월 초 이장 해임이 가능한지에 대해 제주시 고문변호사를 통해 추가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 3명중 2명이 '이장이 스스로 자신을 해임하는 총회를 열지 않을 것이므로, 주민 다수의 탄원서만으로도 해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반대위에 따르면 조천읍장은 이 같은 자문 결과를 받아놓고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후 5차례에 걸쳐 항의 방문한 주민들과 면담을 가졌지만, '법원 명령 총회' 개최만을 요구했다는 것이 반대위의 주장이다. 반대위는 '탄원서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도 읍장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대위는 "조천읍장은 최근까지도 주민들에게 자문 결과를 숨겼다. 동물테마파크 때문에 마을을 1년이 넘도록 혼란에 빠트린 이장을 감싸고 해임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조천읍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자치를 파괴한 잘못은 감사원 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반대위는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조천읍장은 신임 위원장에 동물테마파크를 반대하는 위원장이 당선되자 '자신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상식적인 이유로 투표 무효를 주장했고, 사업을 찬성하는 일부 위원과 함께 회의 참여를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위원장 사퇴를 압박했다"며 "공무원인 조천읍장이 사기업의 개발사업을 위해 람사르위까지 압박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반대위는 "사실상 동물테마파크 승인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람사르위와 선흘2리 주민들과의 협의다. 그런데 원희룡 지사는 사업에 찬성하는 이웃 마을 이장 등과 면담을 갖고, 위원장의 개인 SNS 글을 핑계로 사실상 위원장과 위원들을 교체하는 규정을 만들라고 직접 담당공무원에게 지시했다고 한다"며 "도대체 원 지사와 사업자는 어떤 관계일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흘2리 주민들은 1년이 넘도록 지속된 원 지사와 제주도의 편파행정으로 인해, 주민들이 받은 인권침해를 국가기관인 인권위를 통해 구제받으려 한다. 사업자에 편에 서서,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원 지사는 주민들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반대위는 이날 기자회견 후 강성의 제주도의원과 면담을 갖고 원 도정을 상대로 한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조천읍장은 현재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운 상태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반대위 측의 주장에 대해 '이장이 해임할 수 있는 방안을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공무원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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