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영실, 철쭉 향연 출렁

 
▲ 한라산 영실, 철쭉 향연으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 김강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매력은 정상을 도전하는 것입니다. 산에 오르며 땀을 흘리노라면 일상에서 느꼈던 스트레스가 저절로 확 풀리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은 그 알싸함 때문에 산에 오르나 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감미로운 것이 있다면 아마 계절마다 느끼는 산세의 감흥일 것입니다. 사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생태는 인간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기도 하죠. 봄 산 감흥은 신록과 어우러진 꽃과의 향연입니다. 그 중에서도 진달래와 철쭉의 군락은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 계곡물 소리가 삼라만상을 깨웁니다
ⓒ 김강임
 
신들이 사는 한라산 영실

5월이 저무는 마지막 주말, 신들이 살고 있다는 한라산 영실로 발길을 옮겨 보았습니다. 한라산의 아침은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 가득합니다. 쉼 없이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담가 봅니다. 깊은 산 속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얼음물처럼 차갑습니다. 느슨했던 마음을 긴장 시킵니다.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졌습니다.

 
▲ 신록과 어우러진 철쭉의 군락
ⓒ 김강임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신록이 뒤따라옵니다. 연두색으로 치장한 단풍나무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은 서어나무도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납니다. 아침 7시 30분, 한라산 영실은 모든 생물들이 깨어 있습니다.

밤새 나무 위에서 잠을 잤을 산새도 휴일 등산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합니다. 뿌드득거리며 날갯짓을 하기도 하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면 울어댑니다. 삼라만상이 다 깨어있는 느낌입니다.

 
▲ 험한 등반로를 오르다 보면 땅방울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 김강임
 
답답한 마음 산행에 날려 보내며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조릿대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계곡 속에 홀로 피어있던 야생화들도 등산객들의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그보다 더한 사람은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했다는 한 등산객입니다. 해발 1400고지에 만난 등산객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여유를 부립니다. 그리고는 땀 흘리며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인사를 나눕니다.

한라산 영실의 신비는 뭐니뭐니해도 오백장군이라 일컫는 바위입니다. '신들이 산다' 할 만치 신비로운 영실, 그래서 영실은 구름이 덮여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능선 위에 걸쳐있는 오백장군이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 합니다.

 
▲ 봄철 한라산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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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역시 산행은 완만한 코스보다 헉헉대고 오르는 급경사가 있어야 제 맛 입니다. 가슴의 답답함을 느껴보기도 하고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다 보면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위틈을 비집고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 뿌리에 발을 의존하며 오르다 보면 자연의 소중함이 무엇인가를 알게 됩니다.

 
▲ 철쭉꽃은 오백장군 눈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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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들이 산다는 병풍바위도 핏빛으로 물들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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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장군 눈물 핏빛 되어 흐르다

신들이 산다는 병풍바위는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오백장군의 눈물이 흐릅니다. 오늘은 오백장군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으면 저 많은 꽃들이 피었을까요?

 
▲ 5월 마지막 휴일, 8천여명이 한라산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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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영실 1600고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입니다. 목적지에 대한 희망과 걸어온 길에 대한 추억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능선 위에 버티고 서 있는 바위틈에는 5월의 신록이 한창입니다. 산 아래에 펼쳐진 나무 사이에도 진분홍 철쭉이 만발했습니다.

 
ⓒ 김강임
 
행복의 전령사는 자연

등산로가 노무 좁아서일까요? 등산과 하산의 교차로 한라산은 틈새가 없습니다. 휴일 하루 8천 여 명이 한라산 등산에 나섰다 하니 이러다가 한라산이 몸살을 앓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윗세오름 선작지왓은 정상에 대한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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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을 바라보고도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 한라산 선작지왓에 서면 마치 백록담을 가슴에 안은 기분입니다. 힘든 언덕을 오르던 것도 어느새 잊어버립니다. 정상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오백장군 눈물처럼 뚝뚝 떨어집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그 차이는 있겠지요. 하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행복전령사는 자연입니다. 답답한 가슴에 시원한 청량제를 선물하기 때문이지요.

 

 

 
한라산 철쭉제가 5월 27일 어리목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한라산 철쭉은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절정을 이룰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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