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 “특별자치도 반납까지 고려” 강력대응 주문

제주자치경찰단이 14년만에 사실상 국가경찰에 흡수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제주도의 늑장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제주도가 ‘특별자치’ 허울 속에 중앙정부의 자치분권 시험장이었음이 확인된 마당에 ‘특별자치도’를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양영식)는 8월6일 제385회 임시회 폐회 중 회의를 열어 제주도로부터 자치경찰단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날 현안보고는 자치경찰제 전국 도입과 국가경찰·자치경찰 조직 일원화 방안을 골자로 한 경찰법 개정안(대표발의 김영배)이 제주자치경찰단에도 예외없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전국 유일의 제주자치경찰단이 국가경찰로 흡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부터 제기됐다.

김경학 의원(구좌읍․우도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치경찰-국가경찰 일원화로 선회하게 된 이유가 재정상 부담, 경찰서비스의 효율성 증대 등이다. 그렇다면 도 당국에서도 얼마든지 예측하고 준비를 했어야 했다”며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승아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도 “제주도가 너무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늦긴 했지만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유지를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원희룡) 지사의 뜻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현대성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경찰청은 논의에 참여한 반면 시․도는 논의에서 배제됐다. 시․도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경찰-자치경찰 일원화가) 발표됐다. 시도지사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다른 시도에서는 오히려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다른 시․도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주도 차원의 발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은 “자치경찰을 14년 시범 운영해온 제주도는 손해보는 듯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다만, 제주자치경찰이 14년간 실험을 했는데도 썩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서 전국화 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경찰-자치경찰 일원화가 자치분권이라는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특별자치도’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양영식 위원장(연동갑, 더불어민주당)은 “14년간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착잡한 마음”이라며 “이는 문재인정부의 국정방향과도 맞지 않다. 일원화된 조직 속에서 자치경찰을 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특히 “자치경찰을 하면서 700억 이상 도민혈세가 투입됐다. 정부에서 시범운영해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헌신짝 버리듯 한다”며 “제주도가 중앙정부의 자치분권을 위한 실험실이냐. 도민들이 마루타(실험대상)냐. 이런 특별자치도라면 반납하고 말지, 부둥켜안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명환 의원도 “제주에 큰 부담만 되고 있는 특별행정기관 이관을 원위치시킬 필요성도 있고, 더구나 도민들 입장에서는 기초자치권까지 박탈당했다. 차제에 특별자치도 반납까지 감암한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학 의원은 “중앙정부, 국회가 (국가경찰-자치경찰) 일원화로 가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원화로 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만이라도 이원ㄴ하로 갈 수 있도록 특례를 두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지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안보고를 받은 뒤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분권 핵심제도인 자치경찰 존치를 위한 경찰법개정(안) 특례 조항 신설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편 제주자치경찰은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도입됐다. 단순 교통지도만 하다, 관광과 환경 분야 수사권이 추가됐고, 최근에는 음주단속까지 업무영역이 확장됐다.

현재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운영 중이다. 이러한 제주자치경찰이 14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제주도가 이를 돌려놓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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