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28) understand 이해하다

un·der·stand [ʌ̀ndǝrstǽnd] vt. (뜻·원인·성질·내용 따위를) 이해하다.
사름덜 새에 사다
(사람들 사이에 서다)

understand는 under- ‘--의 사이에(=inter-)’와 stand ‘서다’의 결합이다. 이 stand의 어근(語根)인 sta에서 나온 낱말로는 stable ‘안정된’, standard ‘표준(標準)’, establish ‘확립(確立)하다’ 등이 있다. understand의 어원적 의미는 말 그대로 ‘--의 사이에 서다’이다. 아마도 사람들 사이에 함께 서야만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다는 짜다
그가 적당히 짠 것은 자신에 대한 신고(辛苦)이다.
그래서 부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슴에 품은 생명이 
달콤한 나태에 빠지지 않게 한다.
그는 스스로 죽지 않는 생명이며
남을 위한 소금인 것이다.
바다는 언제나 그 등어리에 태양을 동반하면서도
나의 눈높이 아래서 일렁이고 있다. 

- 황덕중의 ‘바다’ 中 -

이해(understand)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인다는 감정적 이해에 가까운데, 사람 간의 눈높이가 중요하다. 감정적, 심정적 이해란 상대방의 눈높이보다 같거나 낮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한자어 ‘이해(理解)’는 대략 ‘사리(事理)를 분별(分別)하여 해석(解釋)함’과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두 가지로 정의된다. 전자가 이성적(rational) 이해라면, 후자는 감정적(emotional) 이해이다. 영어의 understand는 그 어원적 의미로 볼 때 후자에 가까운데, 이때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눈높이(eye-level)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군주(君主)가 백성(百姓)들 사이에 있어야만 민심(public sentiment)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게 되듯이, 감정적/심정적 이해란 상대방의 눈높이보다 같거나 낮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이해라는 것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양자 간의 위계적(hierarchical) 눈높이 차이를 당연시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눈높이 차이가 세대 차이(generation gap)로 나타나면서 종종 ‘세대 간 이해(generational understanding)’가 아니라 ‘세대 간 갈등(generational conflicts)’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당(the ruling party)이 일방적으로 일련의 부동산 정책(real estate policy)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없고 일반 서민(ordinary people)의 눈높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민심이 어떻게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여의도에 모여 있으니, 세상이 우리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치인들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다. 물 위에 배가 떠 있을 수 있지만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 소속 어느 중진 국회의원의 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예측 불가능한(unexpected) 정책들을 내세우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할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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