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장로회 제주지회 정의평화위원회 "학생인권조례 제정 지지" 천명

제주도의회 정문을 중심으로 왼쪽에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오른쪽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18일 오후 제주도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30분 간격으로 동시에 열렸다. 도의회 정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갈라선 이들은 서로 반대되는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4일 입법예고된 학생인권조례는 오는 24일까지 도민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근거로 학생의 인권이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실현을 목표로 한다. 

제주교총과 제주교육삼락회, 제주교육학부모연대, 제주도민연대는 이날 오후 1시 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했다.  

일부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일부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다.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치·이념·사회 문제를 학교안으로 끌어들일 경우 통제장치가 없고, 교육 구성원간 갈등 등 학교의 정치장화가 우려된다. 또 학생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학교교육과정 거부 등으로 학력저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 개인이 지나치게 자기 인권만 강조할 경우 다른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교수권 침해 등 대책이 전혀 없다. 조례보단 학생 스스로 학교 규칙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에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말이 되는 것이냐. 남성과 여성을 제외한 제3의 성은 있을 수 없기에 ‘양성평등’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도제주도, 전교조제주지부, 정의당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청소년인권지기네트워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학생인권조례TF로 구성된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제주청소년학생인권연대(준)’은 조속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모든 아이들과 모든 사람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제주청소년학생인권연대(준)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학생인권연대(준)는 “제주 교육은 타지역에 비해 아주 심한 경쟁구조로 돼 있다. 고등학교 입학 관련해 학생들은 중학교 시절 내내 상당한 성적 경쟁에 내몰린다. 고입을 위한 내신평가 기준에서 성적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고등학교에 입학했느냐가 앞으로 사회적 성공의 첫 가늠자가 되다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학생의 학교 생활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모두 피해자가 됐다”며 “교육을 보다 행복한 교육, 사람답게 대우받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는 교육의 방식이 필요하다. 제주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인권연대(준)는 “개인의 사생활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파헤치는 학교가 아닌 모두가 주체로서 존중되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학교 생활이 필요하다. 교사는 존경받는 스승으로, 부모는 학생들의 따뜻한 위안처로, 학생은 자신의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그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제주청소년학생인권연대(준)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독교장로회 제주지회 정의평화위원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의평화위는 “개신교인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 사건이 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이 먹고 남았다는 복음서의 말이다. 기적의 대상이 된 5000명 중 어린이와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정의평화위는 “당시 유대의 셈법에서 여성과 어린이는 포함되지 않던 전통 때문이다. 남자 이외에는 사람 취급 받지 못하던 시대상을 반영한다. 2000년이 지난 오늘, 우리 셈법에는 지극히 당연히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인류의 발전의 역사는 차별철폐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평화위는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학생인권에 대한 현실을 학생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걸러진 목소리가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내는 목소리를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한다. 어른의 시각으로 재단한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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