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9) 감귤꽃·때죽나무 꿀…향기 가득 김인순의 허니제주, 강시영·김인순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꿀벌은 인간과 자연에게 고마운 존재예요. 나무를 이리저리 다니며 꽃 수분을 가능케 하고 사람에겐 향기 그득한 꿀을 제공하죠. 자식 같은 벌들을 잘 보살펴 청정 제주의 향기가 담긴 꿀을 사람들에게 많이 전하고 싶어요.”

제주의 자연이 담긴 천연 벌꿀로 제주를 알리겠다는 ‘꿀벌 아빠·엄마’ 강시영(66)·김인순(64) 부부. 지구 온난화로 사라져가는 위기의 벌들을 제주의 보물인 곶자왈서 정성을 쏟아 돌보고 있다.

제주의 자연과 벌, 사람을 위해 애월곶자왈서 구슬땀을 흘리며 꿀벌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시영·김인순 부부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제주 감귤 꽃꿀과 사려니숲 때죽나무 꿀 등 천연 꿀로 제주를 알리겠다는 '김인순의 허니제주' 강시영·김인순 부부. 자식 같은 벌들을 돌보며 건강한 삶을 살고 그 에너지를 국민에게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사진=김인순의 허니제주.

부부가 양봉을 시작한 것은 2013년, 30여 년간 공직에 몸담고 있던 남편 강시영 씨가 퇴직하면서부터다. 한라봉 재배를 통해 생계에 힘을 보태던 아내 김인순 씨 역시 SNS, 블로그 등 활동을 통해 남편이 채취하는 제주의 꿀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라양봉’, ‘제주 꿀보따리’ 등으로 시작했다가 아내의 이름을 내건 ‘김인순의 허니제주’로 업체명을 바꾸기도 했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선물을 귀하게 여겨 깨끗하고 달콤한 제주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의미가 담겼다.

부부가 운영하는 제주시 애월곶자왈 양봉장엔 5만여 마리의 벌통이 약 100~150개 정도가 있다. 최소 100개로 잡았을 때 벌이 500만 마리가 있는 셈. 꿀벌들이 힘차게 날아올라 꽃가루를 가져올 수 있게 수많은 벌을 정성스레 보살펴야 한단다.

시기에 맞춰 장소를 이동하며 말벌 퇴치와 진드기 방제 등 꿀벌의 생존을 보장하고 긴 장마로 꽃가루를 못 물어오는 벌을 위해 화분을 직접 벌통에 넣어주기도 한다.

벌을 향한 부단한 노력 끝에 2015년 정부 지원 다큐멘터리 ‘제주어멍, 꿀벌에게 길을 묻다’에 섭외돼 출연하고 2017년엔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 인증 사업자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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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입구에선 외출을 나갔다 돌아온 벌들이 집으로 들어가거나 이제 막 비행을 위해 떠오르는 벌들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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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곶자왈 양봉장 전경. 어림잡아 500만 마리 이상 꿀벌이 열심히 그들의 삶을 일구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런 부부의 일상에 갑작스럽게 암운이 드리우기도 했다. 2015년 인순 씨가 평소처럼 일하다 길바닥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것. CT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병원을 찾아간 결과 담낭암 판정을 받았다.

인순 씨는 당시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도 단순 복통인 줄 알았다며 암이라는 생각은 못 해봤단다. 담낭암 2기 직전까지 간 상황서 약 8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간의 3분의2 정도를 잘라냈다.

그날 이후 인순 씨는 남편을 따라 양봉 일에 매진하며 제주의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암의 발병 원인이 감귤밭에 뿌리는 농약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독하게 살아온 삶에 있다고 판단한 것.

욕심을 내려놓은 채 정성스레 꿀벌들을 돌보고 자연에 감사하며 건강한 마음으로 평소 좋아하던 글쓰기를 하는 등 긍정적으로 꾸준히 병마와 싸워온 결과, 그는 담낭암 발병 5년여만인 지난 7월 완치 판정을 받아냈다.

실제로 담낭암은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암에 비해 예후도 불량해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른 담낭암 및 기타 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률은 2013~2017년 기준 28.9%에 그친다. 모든 암의 5년 상대생존율 추이인 70.4%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인순 씨는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꿀벌과 함께 청정 제주의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하게 지냈다. 그 과정서 처음엔 벌이 무섭고 자주 쏘여 아팠지만, 이젠 일하면서 자연스레 봉독을 맞는다고 웃으며 꿀벌에 쏘인 팔목을 내밀어 보이기도 했다.

“처음 벌통을 열었을 땐 무서웠어요. 보호구를 착용해도 벌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바람이 얼굴에 그대로 느껴졌고 많이 쏘이기도 했죠. 처음 쏘일 때는 아팠는데 몇 번 쏘이니 시큰거리던 손목이 괜찮아지기도 했어요. 그러니 이젠 안 쏘이면 어색하고 일한 것 같지 않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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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안 소비광(벌들이 꿀을 저장하거나 새끼를 치는 판)을 들어 내검 중인 강시영 씨. 위험한 일은 대부분 아내보다 자신이 도맡아서 한단다. ⓒ제주의소리
사람 발길 닿지 않는 제주 사려니숲 깊숙한 곳에 있는 때죽나무에서 채취한 꿀. 사진=김인순의 허니제주.

부부는 감귤 꽃과 때죽나무에서 나오는 꿀을 채취하기 위해 4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애월곶자왈서 보살핀 벌통을 다 싣고 감귤밭과 사려니숲 깊숙한 곳으로 이사해 제주의 자연을 정성스레 받아낸다고 했다.

이들은 꽃가루를 옮겨 다니며 식물의 수분을 돕고 인간에게는 선물을 가져다주는 꿀벌을 보면서 자연의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무서웠지만 열심히 일하는 벌들을 보면 지금은 자식 같고 귀엽다며 웃어 보였다.

인순 씨는 꿀벌의 이야기를 담은 글과 영상을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힘들다는 생각은 뒤로 미루고 기왕이면 즐겁게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단다.

이어 6차산업에 대해 인순 씨는 “농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선 6차산업은 필수 요소다. 농가와 소비자가 6차산업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라며 “체험이나 특색을 살린 6차산업 농가가 늘어나면 제주 농가가 전체적으로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농가의 전체적 성장을 위해선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리는 농가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원이 절실한 작은 농가에 많이 나눠줬으면 한다”면서 “더불어 농가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내세울 만한 거리를 만들어 소비자가 찾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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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부터 5월 중순 사이 피어나는 감귤꽃. 사진=김인순의 허니제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서귀포시 감귤 농장에서 채취한 감귤꽃 꿀. 사진=김인순의 허니제주.

부부는 제주 농촌 상생을 위해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만나는 PD마다 다른 농가들을 추천하고 있다. 최근엔 제주 풋귤을 활용해 만든 ‘풋귤 소금’과 천연 벌꿀로 구성한 가칭 ‘단짠 세트’를 출시해 제주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보니 현재 주어진 삶을 즐기며 건강하게 자연에서 얻는 선물을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강시영·김인순 부부.

이들은 자연의 선물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해 마다 꿀벌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거짓 없이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다. 꽃을 향하는 꿀벌의 날갯짓처럼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는 그들이 달콤한 제주를 만들 수 있길 바라본다.

직접 재배한 제주 풋귤을 활용해 만든 ‘풋귤 소금’. 사진=김인순의 허니제주.

김인순의 허니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호근북로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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