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본 원희룡] 제주보다 중앙정치 이슈 치중…대권 의식 反문재인-우클릭 행보

대권도전을 공식화 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우(右)클릭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국민․도민과의 온라인 소통공간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문재인정권 심판’, ‘정권 교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쏟아내는 등 反문재인 전선의 선봉장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보수진영 대권 후보로 발돋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도정을 살피는 도백, 행정가가 아닌 대권 행보만을 염두에 둔 보수정치인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나가도 너무 나가는 느낌이다”라고 비판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SNS(페이스북) 글.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지사 SNS(페이스북) 글. ⓒ제주의소리

# 원희룡 제주지사, SNS 소통 활발? 정부정책 비판, 대권행보 선전공간으로 활용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민선 7기 후반기 도정이 시작된 7월1일부터 8월19일까지 50일 동안 원희룡 지사의 페이스북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 기간 총 42건을 포스팅했다.

7월에는 29건, 8월 들어서는 13건을 포스팅했다. 휴일 등을 감안하면 거의 매일 하루 한 건 정도 글을 올린 셈이다. 쌍꺼풀(안검하수) 수술을 위해 휴가를 떠났을 때 포스팅을 할 정도로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글의 내용이다.

전체 42건 중 제주 관련 이슈를 다룬 글은 14건(33%)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정부정책 비판이나 중앙정치 이슈였다.

제주 관련 이슈도 코로나19 관련 10건을 빼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발 어린이집 불량급식 관련 2건, 북상 중인 태풍 소식 1건 등이 전부였다.

이 기간 제주사회 주요 이슈였던 4.3특별법 개정안 처리 문제나 제2공항 갈등해결 방안, 대규모 개발사업(오라관광단지, 드림타워 카지노, 동물테마파크) 인․허가 문제 등에 대한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언급은 전무했다.

대신 원 지사는 중앙정치 이슈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7건이나 올리며 대통령 국정지지도 및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를 깎아내리고 있는 여론에 적극 편승했다.

7월5일에 올린 글에서는 ‘강남불패’ 신화를 거론하면서 “저는 강남은커녕 서울에 집이 없다. 제주도에 지금 ‘사는 집’ 한 채 있다”며 “앞으로도 집은 사는 곳을 빼고는 다른 부동산은 갖지 않을 생각이다. 강남아파트 가진 정치인 되지 않겠다”고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7월7일에는 “문재인정권의 부동산정책은 시장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며 “국민이 분노하는 곳에서 함께 분노하자. 문재인정권 심판과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담대한 결단을 하자”라는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글을 올리며 비판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원희룡 제주지사 SNS(페이스북) 글.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지사 SNS(페이스북) 글. ⓒ제주의소리

# 추미애, 이재명 등 여권인사 비판은 양념? “국격 붕괴” 화살 끝은 늘 문재인 대통령

원 지사는 추미애(법무부장관), 최강욱(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이재명(경기도지사)도 중앙정치 이슈에 선 인물들을 수차례 소환됐다.

7월9일 포스팅한 글에서는 “추미애․최강욱 국정농단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길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 법무부장관을 움직이는 비선실세는 도대체 누구냐”라며 “최순실 국정농단도 대통령이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하려다 탄핵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라고 썼다. 사실상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7월22일과 23일에는 여권의 대권 잠룡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서울시장․부산신장 보궐선거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재명 지사가 매를 벌고 있다. 이재명답게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변명한답시고, 주장이 아니라 의견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말바꾸기 정치인’ 이미지를 덧씌웠다.

원 지사는 또 “노무현은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는데, 이재명은 원칙 없는 패배의 길을 택했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이 때는 대법원 ‘무죄’ 판결로 이 지사에 대한 선호도가 급상승하던 시기다. 잠재적 대권 경쟁상대에게 견제구를 미리 날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여당을 향한 비판의 강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지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7월17일 올린 글에서는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뭐든지 그냥 하는 척할 뿐이지 정말로 하려는 게 아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면 문재인정권의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이것이 이 정권의 속성이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글에서는 안희정(전 충남도지사), 오거돈(전 부산시장), 박원순(전 서울시장), 탁현민(대통령 의전비서관)까지 소환한 뒤 “페미니즘 정권이라고 말하면서 세 명의 광역단체장이 성추행 문제로 물러났는데도 대통령이 사과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 국격을 붕괴시키고, 여성들을 대놓고 조롱한 것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심지어 8월11일 올린 홍수 피해 관련 글에서는 “제가 대통령이었다면…”이라고 가정한 뒤 “모든 정부가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어떤 정치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말고 어느 정권에서 일했던지 따지지 말고 최고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해라라고 지시했을 것이다”라며 마치 통치권자 입장에서 훈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원희룡 제주지사 SNS(페이스북) 글.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지사 SNS(페이스북) 글. ⓒ제주의소리

# 지역현안 산적해 있는데…, “대권 행보보다 도민 안전․민생부터 챙겨야” 비판여론 비등

제75주년 광복절 이튿날인 8월16일에는 전날 자신의 경축식 돌발행동과 관련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원더풀TV․원희룡 유튜브 영상을 올려 광복절 경축식 파행에 대한 대도민 사과 대신 ‘적극 해명’의 길을 택했다.

이 같은 원 지사의 SNS 소통방식에 대해 도민사회에서는 ‘제주’에 결코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는 자치단체의 업무 대부분이 국가 위임사무이고, 제주도의 재정자립도가 30%대(2020년 32.9%)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각을 세울 경우 득보다 실이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앞세우는 정치가이기에 앞서 도정을 우선해 살피고, 각종 지역현안 해결과 국비확보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행정가의 역할에 더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박외순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코로나19 사태와 제2공항, 동물테마파크 사업 등 지역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약속을 깨고 대권 행보와 중앙정치에 매몰돼 있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기 위한 행보에 집중할 게 아니라 도민의 안전과 민생을 챙겨야 할 때임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최근 원 지사의 광복절 경축식 돌발행동과 관련, “격변의 시기 일제강점기 하에서의 설움과 4.3의 아픔을 가진 도민을 더이상 우롱하지말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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