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30) season 계절

sea·son [síːzən] n. 계절(季節), 철
‘철’을 튼내며
(‘철’을 떠올리며)

season의 어원적 의미는 ‘때/시기’인데, 특히 ‘씨를 뿌리는 때(=time of sowing)’를 뜻한다. 이 season에서 나온 낱말로는 seasonable ‘계절에 알맞은’, seasoning ‘양념’, seasoned ‘양념이 잘 된’ 등이 있다. 거기에는,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모든 작물이 때와 맞추어져야만 제맛을 내게 된다는 자연의 섭리(providence of Nature)가 담겨져 있다.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으면 살릴 때가 있고
허물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애곡할 때가 있으면 춤출 때가 있다.       

- 「전도서」 3:1~3:4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시사철’은 한자어로 ‘四時四철’이다. ‘철’만 순우리말이다. 이렇듯 독특하게(uniquely) 쓰이는 ‘철’을 두고, 한국 사람들은 ‘철’을 모르는 사람들을 ‘철부지(철不知)’라고 하였다. 모든 일에서 때를 모르는 사람을 ‘철모르는 사람’ 혹은 ‘철없는 사람’, 때를 아는 사람을 ‘철이 든 사람’이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일들이 익어가듯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무르익어가는 것 -- 그걸 철이 든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철이 와도 그 철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철이 들 수가 없다. 나이를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게 아니라, 철이 들어야 비로소 나이를 먹었다고 하는 것이다. 

‘철’을 영어로 번역하면 season이다. 하지만 한국어의 ‘철’은 단순히 봄철, 여름철의 그 계절만 뜻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칭찬이나 꾸중을 듣게 되면 ‘철’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이제 철이 들었구나.” 착한 일을 하면 어른들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말썽을 피우거나 못된 짓을 하면 이번에는 “이 녀석, 아직 철이 덜 들었구나.”라고 말하면서 머리에 꿀밤 하나를 먹이신다. 

- 이어령의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 중에서 -

ⓒ제주의소리
아름다운 제주의 사계절을 위협하는 기후위기가 우리 생존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만 생각하는 철모르는 정책과 개발은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올여름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역대 최장 장마(rainy season)는 기후 변화의 서곡(prelude)에 불과하다. 5월부터 한반도(the Korean peninsular)를 달구는 폭염(heatwave)과 장대비(heavy rain)는 이미 일상이 됐다.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 고산지대의 소나무 침엽수림대도 기온 상승으로 점차 사라지면서 아열대성(subtropical) 작물이 자리 잡는 등 식물 자원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기후변화를 넘어서는 기후위기(climate crisis)가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변수(core variable)가 되었는데도, 뉴스를 보면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철모르는 정책과 철모르는 개발이 난무한다. 언제쯤 위정자들의 마음에도 철이 들는지 온 국민은 암담한(gloomy) 심정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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