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조시인 김영란은 세 번째 시집 《누군가 나를 열고 들여다 볼 것 같은》(시인동네)을 발간했다.

시인은 새 책에서 60여편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행방불명인, 김용철 고문치사사건 등 제주4.3을 비롯해 베트남전쟁, 세월호사건, 코로나19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상처들을 보듬는다. 

정군칠 시인과의 추억, 자녀들과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 등 사유의 영역은 주변까지 퍼져나간다.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그의 시가 가진 ‘내면의 부정’은 ‘증언’과 ‘기억’과 ‘애도’의 성격을 띤 역사의 ‘재현’에 바쳐진다. 역사에 대한 증언과 기억과 애도가 시의 인식론적 차원이라면,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정신은 그의 시가 보여주는 도덕적 차원이다. 그의 시는 한국 현대사의 일정 부분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적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한다.

멸치의 눈
김영란

제발 엄마
이런 멸치 볶지 쫌 마세요

들던 수저 내리며 밥상머리 등 돌리곤
오늘도 일그러진 얼굴 울먹이는 딸아이

땡그랗게 노려보는 그 눈이 안 보여요
죽어서도 감지 못한 그 눈을 보라구요

물살에 파닥이던 목숨
쏘아보던 그 눈빛

꽃들의 예비검속-코로나19
김영란

 
유채꽃 일생 위로
트랙터가 지나갔다

등뼈가 무너지고
혀가 잘려 나갔다

더 이상
최후변론은
필요치 않았다

김영란은 제주에서 태어나 주구장창 제주에서 살고 있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꽃들의 수사(修辭)》, 《몸 파는 여자》가 있다.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과 오늘의시조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115쪽, 시인동네,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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