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39) 도시공원 시민 여가·문화공간 활용돼야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근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조성사업의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안을 심의하기 위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렸다. 심의 결과 공동주택의 입지 타당성에 대한 근거자료 제시, 공동주택 배치계획 재검토 등의 보완을 요구하며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다. 부대의견으로 공원의 사유화 방지 방안과 공공성 강화 방안도 요구되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 두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가 2주 후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회의 준비를 위해 사업자가 보완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주일이다. 도시계획위원회가 요구한 사항이 제대로 보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처럼 제주도와 사업자가 사업인·허가 절차를 무리하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내년 8월까지 실시계획인가를 받지 못하면 민간특례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은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가 되는데,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이 20년을 넘기는 시점이 내년 8월이어서 그 전에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선 절차로 현재 진행 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와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이후 경관심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1년 안에 제대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주도와 사업자는 남은 절차들을 병행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도시계획 심의의 경우처럼 졸속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이번 경우처럼 재심의 결정이 내려지고 1주일 만에 보완서를 제출해 다시 심의를 받은 경우는 없었다. 이는 제주도 스스로 사업 특혜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는 그대로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주도와 사업자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진행시켜야 하는 상황이고, 도시계획위원회 역시 이 사업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제대로 된 심의 의지는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등봉 경계와 바로 인접해서 들어서는 14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 높이는 오등봉 높이와 불과 몇 미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파트 옥상과 오등봉 정상에서 서로 마주보는 형국으로 경관 훼손이 심각하지만, 이번 도시계획위원회는 이에 대한 지적이나 보완 요구는 없었다.

경관심의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도 난항이 예상되지만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자체가 사실상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자는 제주도만 믿고 절차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등봉과 민오름 등 오등봉공원 주변 오름 경관이 크게 파괴되더라도 공동주택의 층수는 양보 없이 밀어붙일 게 뻔하다.

더 큰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운영해 환경영향평가 항목과 이에 따른 시·공간적 범위 및 평가방법 등을 결정한 후 본격적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조건대로라면 현재 진행 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에서 일부 보완 후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업자는 평가준비서 심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구성·운영은 하겠지만 협의회에서 평가항목과 범위 등을 정하기도 전에 이미 사업자는 자기가 정한 기준에 맞춰 현장조사를 마쳤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연환경이 뛰어난 오등봉공원 일대의 4계절 조사를 거쳐 환경영향평가 협의 후 실시계획인가까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영향평가는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심 속 숲을 파괴하며 대규모 아파트 개발 등을 추진한다는 점 때문에 여론의 반발을 사왔다. 사업자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는 선정의 공정성과 특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책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무리한 토지이용계획과 환경파괴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업승인을 전제한 형식적인 절차 이행이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파괴와 특혜논란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아파트 개발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심 속 시민들의 여가공간인 도시공원을 살리고, 다양한 시민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