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대천 범람 보며 태풍 나리·차바 악몽 떠올라...주민과 공공인력 투입 '빠르게 복구 중'

“우리집 코 앞까지 물이 차올라서 또 침수되는구나 했수다”

3일 아침.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휩쓸고 지나가고 낡이 밝자마자 이명업(69. 제주시 외도동) 씨 부부는 월대천 범람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집 마당과 주변 정리에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이 씨 부부는 전날 오후 6시가 넘어갈 즈음 갑자기 불어나는 월대천으로 인해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인근으로 피신한채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월대천 바로 옆에서 15년째 거주하는 이씨는 태풍 마이삭이 내습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모를 상황에 어제 이른 오전부터 대비를 시작했다. 

빗물에 떠밀려온 나뭇가지가 월대천 주변에 가득했다. 
태풍 마이삭의 강풍과 폭우에 부러지거나 떠밀려온 나뭇가지더미가 제주 월대천 주변에 가득 쌓여있다.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인력이 월대천 주변 쓰레기 더미를 정리하고 있다. 

이미 2007년 태풍 나리, 2016년 태풍 차바 등 몇차례 주택 침수 피해를 겪었기 때문에 어제 오후 폭우로 빠르게 차오르는 월대천을 보면서 바짝 긴장했다. 

만조 시간은 가까워지고, 하늘이 뚫린듯 쏟아지는 빗방울은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오후 5시30분쯤부터 월대천 범람이 우려된다는 방송이 마을 곳곳에 울려퍼졌다.

“어제(2일) 오후 4시부터 월대천 수위가 갑자기 높아졌수다. 그리고 만조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예전 태풍 나리, 차바 때가 떠오르면서 ‘무섭고 위험하다’고 생각했수다. 그리고 나서 불과 두시간여 만에 월대천이 범람했수다.”

이명업씨가 어제(2일) 태풍으로 월대천이 범람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명업씨 주택 바로 앞 월대천 산책로. 이씨에 따르면 사진에 보이는 나무 벤치가 완전히 물에 잠길 정도로 월대천이 범람했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인근으로 잠시 피신한 뒤 집 주변을 수시로 오가면서 상황을 살폈다. 

실제 월대천은 오후 7시께 범람, 주변을 덮쳤다. 월대천 양쪽에 조성된 산책길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산책로에 있는 벤치까지 완전히 물에 잠겼수다. 물이 약 20cm만 더 차올랐으면 우리집도 침수됐을 건데...천만다행으로... 평상시에는 월대천에 물이 흐르지만, 만조때마다 걱정이 큽니다. 자정쯤 되니 수위가 낮아져 ‘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수다”

이씨는 다행히도 침수를 피했지만, 인근 주택은 지하실이 침수피해를 겪었다.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인근 한 주택. 각종 물건이 높은 곳에 올려져 있다.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인근 한 주택. 침수를 피하기 위해 각종 살림살이들을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려 놓았다. 
월대천 범람을 막기 위해 모레 주머니가 산책로 등 주변을 막고 있다. 
밤새 월대천 범람이 남긴 흔적들이 산책로 주변에 역력했다.  

태풍이 지난 후 [제주의소리]가 찾은 월대천 곳곳에는 빗물에 떠밀려온 흙더미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월대천 인근 주민들은 침수피해를 대비해 각종 살림살이들을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올려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산책로 주변에선 주민들과 공공 인력들이 청소 등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집 앞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던 김모(52)씨는 “월대천이 범람하면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봤다. 비는 계속오고, 만조는 가까워지면서 크게 걱정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빗방울이 잦아들면서 하천 수위도 빠르게 낮아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외도동 관계자는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월대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가 수위가 낮아지면서 새벽에 귀가했다. 또 외도동 해안가변 주택에도 높은 파도가 일면서 주민들 일부가 긴급 대피한 뒤 파도가 잦아들면서 귀가했다. 워낙 강한 태풍이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 등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범람한 월대천.
지난 2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범람한 월대천.
지난 2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범람한 월대천.
지난 2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범람한 월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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