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11) 향기 가득 ‘차’ 만드는 장가영 농업회사법인 ㈜제주백차 도바나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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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딩 차 만들기 체험을 통해 하나뿐인 자신만의 차를 만들어 제주에서의 좋은 기억을 저장해 가져갔으면 한다는 장가영(28) 씨. 심신을 달래주는 건강한 차를 청정 제주서 정직하게 우려내고 있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만의 차 문화가 조금 더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커피에 치중돼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아름다운 제주 자연서 재배하는 차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몸에 좋은 만큼 환경에도 건강한 차를 만들어 낼 겁니다.”

‘새벽빛향기’, ‘그레이씨와 감귤양’, ‘달그림자’ 등 이름도 독특한 차(Tea, 茶)를 만들고 있는 장가영(28) 농업회사법인 ㈜제주백차 도바나(Dovana) 대표. 

직접 차밭을 조성해 찻잎을 재배하는 부모님을 따라 차 산업에 뛰어들어 제주의 특색있는 차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청년 6차산업인이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카페 도바나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블렌딩 해 제주 가치가 듬뿍 담긴 차를 선보이고 있는 가영 씨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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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가꾼 차나무서 잎을 따는 모습. 사진=농업회사법인 (주)제주백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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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가 구슬땀 흘려 딴 잎은 시들 때까지 말리는 과정을 거쳐 가공 과정에 들어간다. 사진=농업회사법인 (주)제주백차. ⓒ제주의소리

2015년 본격적으로 청정 제주의 1만5000㎡여 땅에서 찻잎을 길러내고 있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같은 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힘을 보탠 가영 씨.

땀방울을 흘려가며 차밭을 일구는 일은 부모님이 담당하지만, 직접 재배한 찻잎으로 차를 정성스레 블렌딩 해 제주의 가치를 담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건 가영 씨의 역할이다. 

차를 좋아하는 부모님 곁에서 덩달아 차를 좋아하게 됐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차에 대한 애정이 담긴 모습을 보였다. 재배한 찻잎을 차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설명할 때는 눈빛이 달라지기도 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과정은 찻잎을 따는 것에서부터 덖음, 유념, 건조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차를 딴 뒤엔 잎이 시들 때까지 말려뒀다가 발효되지 않게 솥에서 덖는다. 이를 ‘살청’이라고 한다.

그리고선 잘 덖은 찻잎을 넓은 상에 펼쳐 줄기와 잎 전체가 열을 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찻잎을 비비는 ‘유념’을 한다. 이 과정을 2~3번 반복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건조시킨 뒤 필요에 따라 약한 불에 한 번 더 덖어 향을 고루 입히는 ‘가향’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발효와 작업 정도 등 가공방법에 따라 여섯 가지 차 종류가 나오게 된다. 백차, 황차, 녹차, 청차, 홍차, 흑차 등 종류다. 가공한 찻잎을 우려냈을 때 발효 차이에서 비롯된 색과 맛에 따라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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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딩을 위해 우려낸 차. 형형색색의 차들은 그 색깔만큼 다른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찾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조합을 찾아내는 것.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완해주고 시너지를 내는 블렌딩 작업을 하다 보면 맑은 차에 빠져들게 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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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내는 ‘골든타임’을 알려주는 모래시계.  ⓒ제주의소리

가영 씨는 구슬땀 흘려 가공한 다양한 차를 통해 허브 등을 섞어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차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시고 짠 맛을 가진 히비스커스에 달달한 캐모마일과 라벤터를 넣어 보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에게 블렌딩 체험을 시켜주며 과정을 설명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직접 재배한 찻잎으로 맛있는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레 차 마다의 특색을 설명할 때는 애정이 듬뿍 담긴 모습이었다.

블렌딩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10가지가 넘는 차를 우려낸 뒤 맛을 보고 보완하면 좋을 것 같은 자신만의 조합을 찾아 섞어 마셔보는 것. 그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최종적으로 찻잎을 섞은 뒤 우려내 마셔보고 결정하게 된다. 

가영 씨는 이 과정서 가장 힘든 점은 다름 아닌 이름 붙이기라고 했다. 차에 어울릴 만한 이름을 짓는 것이 힘들단다. 블렌딩 한 차의 색과 맛, 향에 따라 붙여지는 이름은 대부분 가영 씨와 부모님이 논의해 짓지만, 가끔은 단골손님이 붙여주기도 한다.

보랏빛을 띠는 차를 블렌딩 했을 때 손님이 저녁노을이 진 표선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같다며 ‘표선 밤바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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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귤피, 캐모마일, 레몬티트리 등이 들어간 '그레이씨와 감귤양' 블렌딩 차. 사진=농업회사법인 ㈜제주백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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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비밀 정원', '달 그림자', '가을의 숲', '그레이씨와 감귤양', '새벽빛 향기' 블렌딩 차. 사진=농업회사법인 ㈜제주백차.ⓒ제주의소리

가영 씨에게 코로나19로 지친 도민을 위해 심신을 달래줄 차를 추천하니 “아무래도 보이차 같은 흑차가 좋을 것 같아요. 몸을 따뜻하게 해주니 면역력이 떨어질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말로 감염되는 것이니 마스크가 가장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가영 씨는 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차를 담는 티백을 나일론 재질서 순면 재질로 바꾸는 등 노력 중이다. 포장재 역시 생분해성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단다.

“제주 기후만큼 차를 재배하기 좋은 곳도 없을 거예요. 청정 제주 환경서 향기 가득한 차를 만들어 내는 만큼 환경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꾸밈없이 정직하게 차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가영 씨는 차가 우리 몸에 건강한 만큼 자연도 건강할 수 있도록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하는 만큼 환경에도 좋아야 한다는 철학을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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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스커스, 로즈힙, 캐모마일, 라벤더 등이 들어간 블렌딩 차 '비밀 정원' 사진=농업회사법인 ㈜제주백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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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카페 '도바나'서 특색있는 차를 만들고 있는 장가영(사진 왼쪽, 28) 씨와 농업회사법인 (주)제주백차를 세워 차 밭을 일구고 있는 어머니 오정애(58) 씨. ⓒ제주의소리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6차산업에 뛰어든 만큼 지금 차밭이 있는 곳으로 매장을 옮겨 제조와 체험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하고 싶다” “더불어 블렌딩 레시피를 새롭게 개발하고 보완하는 과정서 찻잎들을 제주의 것들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특색있는 제주의 차를 만들어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름다운 제주서 차를 만들고 마셔보는 체험은 기억에 많이 남을 거예요. 직접 만든 세상에 둘도 없는 차를 집으로 가져가 마실 때는 즐거웠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겠죠. 차가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좋은 기억을 담아갈 수 있게 체험을 늘리고 싶어요.”

6차산업에 대해서는 ”6차산업은 생산과 제조·판매, 체험 등 모든 과정을 직접할 수밖에 없어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모든 과정을 내가 알 수 있어 자부심도 생기고 정직하게 임하게 된다“면서 ”힘들지만 제주6차센터에서 많이 도와줘 감사하다. 판매가 부진할 때는 컨설팅을 해주는 등 방법을 찾게 도와줘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제주도 대표 해변인 표선해수욕장. 고운 모래사장을 덮는 바다 물결이 보이는 이곳서 그득한 향기를 머금은 차는 그 매력을 한층 더했다. 차 전문 카페를 운영 중인 가영 씨는 제주 가치가 담긴 차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커피가 유명한 제주보다 특색있는 차가 유명해지는 제주를 꿈꾸는 그의 바람이 공간을 채우는 그윽한 차 향기처럼 향긋한 제주를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농업회사법인 (주)제주백차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백사로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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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카페 도바나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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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주)제주백차 '혼합 제주', '순수 제주' 제품. 사진=농업회사법인 ㈜제주백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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