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잘못된 공소제기 원인 ‘사실상 무죄’...무고한 피해자 존엄회복 계기

제주4.3생존수형인인 현우룡 할아버지(가운데)가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의 도움을 받아 2019년 11월29일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을 찾아 국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서를 접수하는 모습.
제주4.3생존수형인인 현우룡 할아버지(가운데)가 지난 2019년 11월29일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을 찾아 국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서를 접수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71년 만에 공소기각 판결을 이끌어 낸 제주4.3 생존수형인들이 사상 첫 4.3관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치른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오는 10월29일 오전 10시15분 생존수형인 양근방(88) 할아버지와 유족 등 39명이 국가에 제기한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을 열 예정이다.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은 위법한 구금과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아이의 사망, 출소 이후 전과자 신분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

실제로 오계춘(95) 할머니는 1948년 겨울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10개월 된 아들과 이유도 없이 군경에 끌려갔다. 불법적인 군법회의로 목포형무소에 수감됐지만 아이는 숨졌다.

구금 기간 중 노동을 했다면 기대할 수 있는 수입도 포함했다. 유족의 경우 망인의 구금으로 인해 부양이나 양육을 받지 못한 피해액을 합산해 청구했다.

원고별 청구액은 최소 3억원에서 최대 15억원에 이른다. 총 청구액은 103억원 상당이다.

역사적 4.3재판은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주4.3도민연대의 도움을 받아 2017년 4월19일 제주지방법원에 ‘4.3수형 희생자 불법 군사재판 재심청구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공소장과 판결문이 없는 사상 초유의 재심 청구사건이었지만 법원은 2018년 9월3일 전격적으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2019년 1월17일에는 역사적인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70년 전 공소제기가 잘못됐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무죄로 해석할 수 있다.

수형인들은 이를 근거로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배상을 하라며 2019년 2월22일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기한 6개월을 앞둔 그해 8월21일 53억4000여만원 배상을 결정했다. 

2019년 11월29일에는 마지막 절차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청구인은 생존수형인 16명과 故 현창용 할아버지, 故 김경인 할머니의 유족을 포함해 모두 39명이다.

법원이 소제기 11개월 만에 첫 변론 기일을 잡으면서 배상 규모를 두고 생존수형인의 변호인과 정부법무공단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소송을 이끈 4.3도민연대는 “이번 재판은 역사상 최초의 4.3사건 국가배상 청구 재판”이라며 “4.3피해자의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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