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잠, 뒤적이며. 사진출처=알라딘.
묵은 잠, 뒤적이며. 사진출처=알라딘.

제주의 수필가이자 시인인 이애현이 등단 이후 첫 번째 시집 《묵은 잠, 뒤적이며》(시와실천)을 발간했다.

시인은 새로 펴낸 책에서 58여 편의 작품으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 보편적인 누군가를 그려내며 자아의 내면을 응시한다. 

김길웅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시인의 시선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자아의 내면을 응시하려 한다. 안에 일렁거리는 사유의 그림자를 밖으로 불러내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 회로의 출구 어느 지점에 시가 있다”고 소개한다.

묵은 잠, 뒤적이며
이애현

사랑이라며

봄볕 명자꽃
붉게 적시어 펄럭인 마음
출렁임에 지쳐 앓던 한 자락
오랜 신열과 함께 슬픔 들쳐 업고
서랍장 밑모서리로 들앉았다

흔들림마다 기억은 낱장으로
찢기기도 하고 때론 몰래
뚝뚝 얼룩만 누더기로 기우다
가두어야 될 감정이라며
긴 밤 지쳐 잠들기도 했다

오랜 잠에서 깬 것은
말마디마다 순연히 넘기지 못해
까닭모를 일로 팽팽히 감정 당기며
바늘 끝 세우는 날이 잦던
내 아이, 그때 내 나이쯤

펄럭인 자국마다 이어진 기억의
흔적들은 그림자로 깨어나며
사랑한 것도
아파한 것도
신명난 삶이었다고

마디마디
얼룩으로 쓰여 있다

이어 “화자의 체험이 회상 공간에 시의 질료로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표제작으로, 이애현은 이 시에서 비로소 자신의 메타포를 갖게 된 게 아닌가 한다. 하나의 메타포에 시인은 얼마나 목매는가”라고 말한다.

이애현은 제주에서 태어나 2011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2019년에는 제115회 한국문인 신인문학상서 시 ‘미완’, ‘봉인’, ‘흔적’ 3편이 당선되며 시인으로 등단키도 했다. 제주수필문학회, 동인 脈, 전국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134쪽, 시와실천,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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