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산학협력단, '식민잔재 청산 연구용역' 중간보고

제주도내 일부 학교 교표에 도안된 일본가문 육광문, 일본왕실 국화문과 일장기, 욱일기. 출처=제주대 산학협력단
제주도내 일부 학교 교표에 도안된 일본가문 육광문(사진 왼쪽), 일본왕실 국화문과 일장기(가운데), 욱일기. 출처=제주대 산학협력단 중간용역보고서

일본 왕실의 국화문장과 일장기 문양을 상징하는 교표를 사용하거나 친일 작곡·작사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는 등 제주 일선 교육현장 곳곳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급장, 당번, 학급, 주번, 구령대, 학예회, 조회, 종례 등의 익숙한 용어들도 일본식 문화나 이데올로기의 의례가 표현된 것으로 분석됐다.  

9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양정필 교수)에 의뢰한 '제주도교육청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 연구용역'의 중간보고가 이뤄졌다.

이번 용역은 '제주도교육청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교육현장의 일제 잔재 현황을 파악하고, 학교문화를 재정립하기 위해 지난 5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6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중간보고 결과 제주 학교 곳곳에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어 청산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내 역대 교장 중 1980년 이전에 재직했던 353명을 대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조사한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현황' 등에 이름을 올린 도내 교장은 총 3명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들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맞는지, 동명이인인지 여부를 최종보고때 정리할 예정이다.

1955년 이전 개교한 67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문장과 일장기 문양을 상징하는 교표를 사용하는 학교도 4개교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내 모 학교에 식재된 향나무. 출처=제주대 산합협력단 중간용역 보고서
제주도내 모 학교에 식재된 향나무. 학교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공기관에도 향나무 식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제주대 산합협력단 중간용역 보고서

욱일문은 일본 왕실의 국화문장과 일장기가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한가운데 태양을 상징하는 원이 있고, 그 원에서 빛이 퍼져나가는 형상을 뜻한다. 일본의 육군기, 해군기, 해군군함기 등에서 사용된 문양이다. 

일제시기 군 관련 배지에서 자주 사용된 월계수 도안을 사용한 학교도 5개교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작곡가·작사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한 학교도 3곳으로 조사됐다. 일본음계로 된 교가, 일본 창가집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7.5조 율격을 갖춘 교가도 대다수 발견됐다.

친일 잔재로 거론되는 교목·교화에 관한 연구도 이뤄졌다. 향나무는 식민 통치가 시작될 무렵인 1909년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우리나라에 심었던 종으로, 도내 35개교가 교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영산홍은 다른 말로 '왜철쭉'으로 불리며 화훼시장에 판매되는 종으로, 일본인이 개량한 철쭉류로써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8개교가 영산홍을 교화로 이름을 올렸다.

교육현장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당번, 학급, 주번, 수학여행, 운동장, 학예회, 조회, 종례, 교단 등이 대표적인 용어다.

연구진은 조회와 종례는 군대식 대열을 이뤄 집단훈련을 받는 일본식 문화에서 비롯된 용어로 봤다. 학생은 학급 별로 열을 맞춰 부동자세로 서 있고, 그 앞에는 학생 대표인 급장이 자리 잡는 등 조회 의식 속에는 이데올로기적인 의례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구령대·조회대 등의 단어는 높은 연단에서 교장이 훈시를 하고 학생들이 아래에 줄서서 듣는 모습은 일제 군국주의의 잔재로 분석했다.

주번 제도는 일제강점기의 간호 당번 제도에서 유래한 것이고, 수학여행 등은 일본에 조선인 학생들을 보내 일본 문화를 익혀 민족 정신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활동으로 평했다.

한편, 이번 연구용역 최종보고는 기초조사의 사실 연구, 공청회,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11월에 이뤄진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향후 최종보고를 바탕으로 일제식민잔재 청산 컨설팅과 필요 예산을 지원해 학교가 교육공동체의 협의를 통해 청산 방향과 교육적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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