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後] (4) 2018년부터 흑염소 200여 마리 퇴치...무차별 훼손 비양도 곳곳 식생 되살아나

<소리後>는 기존 <소리多>에 더해 선보이는 기획 뉴스입니다. 일회성 기사에 그치지 않고 뉴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될 수 있고 우리 생활에 밀접한 정책현안 일수도 있습니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반짝 기사에 그치지 않고 감시하고 살피며 기억하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제보의 문도 활짝 열려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8월말.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3.3km. 도항선에서 내려 발을 내딛자 우뚝 솟은 비양봉이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 삼아 푸르름을 맘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안길을 돌아 비양봉 탐방로에 들어서자 남쪽 해안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3년 전 울타리에서 연신 “음메에에~” 소리를 내던 흑염소는 한 마리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자취를 감춘 흑염소 덕에 초토화 되다시피 했던 비양봉이 옛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인간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치유하며 1년 만에 자연성을 회복했습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비양도에 염소가 들어온 것은 40여년 전입니다. 당시 한림수협에서 도서지역 소득사업의 일환으로 세대당 2~3마리의 염소를 지원하면서 사육이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염소들이 죽고 일부는 야생화 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번식력도 좋아 주민들조차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죠.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 제주 해역 한가운데 산이 솟아 나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양도는 '천년의 섬'으로 불립니다. 분화구 주변에는 자연적 가치가 높은 비양나무군락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8월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됐죠.

뛰어난 경관에도 불구하고 흑염소 개체가 늘면서 자연은 본 모습을 잃어갔습니다. 야생에 적응한 흑염소가 200여 마리로 늘면서 비양봉 일대가 염소들에 의해 잠식됐습니다.

2017년 11월 현장 취재 당시 비양봉 정상 하얀 등대 아래 경사로에 흑염소 수십마리가 떼를 지어 화산송이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사침식 방지를 위해 식생 복구작업까지 이뤄졌지만 수풀은 없다시피 했죠. 등반로 곳곳에 염소 배설물이 널브러져 있고 화산송이는 처참하게 파헤쳐저 볼썽사나운 모습이었습니다.

환경훼손 논란이 불거지자 2018년 12월부터 대대적인 흑염소 소탕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제주시는 이듬해 초까지 하루 최대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흑염소 203마리를 포획했습니다.

흑염소가 자취를 감추자 비양도는 빠르게 식생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최근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흙밭으로 변했던 비양봉 중턱은 물론 정상 부근까지 풀이 자라나 녹음을 뽐냈습니다.

훼손이 가장 심했던 남서측 경사지도 수풀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침식 작용도 멈췄습니다.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 제거 작업도 마무리 되면서 작업로도 본 모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시는 인위적인 복구 대신 자연 치유를 통해 식생 회복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 사업과 연계해 비양봉 탐방로 시설도 보강될 예정입니다.

가을을 맞은 비양도는 지금도 스스로 자연성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본 모습을 찾아가는 천년의 섬 비양도를 위해 이제부터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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