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아트플랫폼 타당성 토론회...찬반 의견 '팽팽'

감사위원회 감사와 검찰 고발 등 부침을 겪었던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의 정상화 가능성을 두고 찬반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다만, 사업의 주체인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미숙한 사업이행 과정에 있어서는 공통된 질타가 쏟아졌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이승택)은 19일 오후 2시 재단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 논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지역주민, 시민단체, 문화예술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사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찬성측 패널로는 고병수 삼도2동 남성마을회장, 백광익 제주국제예술센터 대표, 전병규 국악단 가향 대표, 부혜숙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 사무국장이 참여했고, 반대측 패널로는 조시중 제주경실련 집행위원장,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 양인택 제주관광진흥회 사무처장, 고혁진 제주독립영화협회 대표 등이 자리했다.

토론회는 찬반측 패널들이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발언권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재로 19일 오후 2시 열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 논의 토론회'. ⓒ제주의소리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재로 19일 오후 2시 열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 논의 토론회'. ⓒ제주의소리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은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영화관과 어린이테마파크 '재밋섬' 등이 들어서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공공연연습장, 오픈오피스, 공연장 등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복합 플랫폼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중 공공공연연습장은 유휴공간 개선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업비를 지원한다.

부동산매입 및 설계 등 112억원, 리모델링 60억원 등 총사업비 172억원을 투입해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계약 당시 '계약금 1원, 위약금 20억원'으로 산정한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부동산 매입가를 매기는 과정에 있어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고, 현재는 멈춰선 상태다.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과정에서 기관경고와 함께 실무 총괄자에게는 경징계를 요구해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핵심 관계자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원도심 활성화-문화예술 환경 개선...아트플랫폼 정상 추진돼야"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에 찬성하는 패널들은 낙후된 원도심 활성화와 문화예술인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폈다.

고병수 남성마을회장은 "삼도2동에 있던 제주대병원이 2009년에 옮겨간 이후로 지역의 침체와 슬럼화가 가속화됐다. 이전에는 정례식장을 찾는 이들라도 오갔는데, 2010년 이후에 이 곳에 와서 식사 한 번, 커피 한 잔 마셔본 적이 있나 의문"이라며 "제주아트플랫폼은 삼도2동 문화의거리 사업과 맞물려 고심 끝에 방향을 잡은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이 났다. 삼도2동 일대를 문화의거리로 조성하면서 그 일대에 재밋섬만한 공간이 없다. 원도심의 핵심인 삼도2동이 다시 사람들이 찾는 거리로 만드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라고 했다. 특히 "이미 10억원의 계약금이 지급됐고, 계약 해지시 10억원의 도민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어마어마한 사회적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예총을 대표해 참석한 백광익 제주국제예술센터 대표는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 동네는 전시회, 공연 등의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했다. 도심에 문화예술인들이나 학생들이 모여서 연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면 삼도2동이 문화예술 메카가 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이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한다면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시비 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혜숙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 사무국장은 일선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대변했다. 부 사무국장은 "타 지역에 비해서도  공연예술인들이 발표·활동할 수 있는 연습시설과 공연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이 나왔다. 학생문화원 강당은 학교 행사 때문에 대관이 어렵고, 문예회관 대강당은 대관료가 너무 비싸고 규모가 크다. 결국 문예회관 소극장을 찾아가게 되면 수십명의 아이들이 분장하고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관람석도 모자라 서서 보거나 로비에서 모니터로 봐야했다"고 토로했다.

부 사무국장은 "제주아트플랫폼이 조성된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고, 공연예술계와 지역주민 쉼터로 사용되면 긍정적인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며 "한번만 더 힘들게 문화예술과 공연예술하는 젊은이들 생각해주시고 미래에 어떤 것을 남겨줄 수 있는지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부 사무국장은 "아트플랫폼 사업은 제주에서 먼저 시작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2014년 문체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시작된 사업이라는 점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전병규 국악단 가향 대표는 "해야하냐 말아야하냐의 문제는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빨리 결론을 지어서 가는게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도 않고,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문제가 된 것은 투명하지 않은 절차들이다. 책임질 것들 책임지고. 빨리 공간을 확보하든 새로운 공간을 찾든 그런 작업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재로 19일 오후 2시 열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 논의 토론회'. ⓒ제주의소리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재로 19일 오후 2시 열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 논의 토론회'. ⓒ제주의소리

◇ "절차적 문제 아직도 해결 안돼...경제활성화 근거도 미비"

반대 패널들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사업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의 경우 부동산 매입 과정 등에 있어 절차적 문제가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시중 제주경실련 집행위원장은 "원도심 활성화에 대해 문화예술 진흥에 대해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계약 과정에서 계약금 1원에 해약시 손해배상금 20억원으로 매기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꼭 그 공간을 통해 문화예술 활성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또 조 위원장은 "원도심 활성화의 취지는 좋지만, 50억원 정도는 자산 취득하고, 50억원 정도는 콘텐츠 개발에 힘쓰는 등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며 "리모델링비를 60억원을 책정한 것부터 말이 안된다. 건물 유지비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질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은 "감사위원회의 요구대로 타당성검토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2년 전 주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했던 이와 같은 인물"이라며 "사업의 이해당사자가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업무를 맡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나"라고 지적했다.

또 "기록에는 당시 설명회의 참석자가 80명으로 돼있지만, 참석 인원은 30명이 채 안됐고, 그중 주민은 5명도 안됐다. 10명 넘는 사람이 재단·도청 직원이었다"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고 회장은 "원도심 문화예술 활성화는 꼭 재밋섬 건물 매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다. 불투명한 절차 문제로 도민사회 분열 만든 문화예술재단이 책임지고,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부동산 매입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인택 제주관광진흥회 사무처장은 "제주아트플랫폼을 조성하게 되면 100명 이상의 예술인들이 상주하면서 지역상권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데 무슨 근거로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예술공간 이아만 하더라도 들어선 이후 지역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예술공간 이아는 옛 제주대병원에 자리잡은 문화예술-지역민들을 위한 쉼터 시설이다.

양 사무처장은 "문화예술의 거리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예술공간 이아를 얼마나 이용하는지, 이용객수 분석을 하고 전반적 검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혁진 제주독립영화협회 대표는 "문화예술인으로서 제주아트플랫폼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재단이 절차적으로 명확한 단계를 밟아서 사업이 진행됐는지를 돌아보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삼도동 문화의거리가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을 잘 따져보고, 큰 사업비가 투입돼 진행되는 사업은 천천히 가면서 더 많은 의견 수합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 "문화예술재단은 그간 뭘 했나"...날 선 질책도

찬반 패널을 막론하고 사업의 주체인 제주문화예술재단에는 공통된 질책이 쏟아졌다. 이미 2년 전부터 발생했던 논란에 대해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은 재단의 핵심 현안으로 꼽혀왔음에도 두 번의 이사장이 바뀌는 동안 실효성 있는 활동도, 명확한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전병규 대표는 "이 일(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을 재단이 벌려놓고 2년이 흘러가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은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을텐데, 그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 등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을 하나도 안했다. 재단을 그동안 뭘 한 것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전 대표는 "재단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하고, 예술인들에 대한 생각을 했어야 했다. 나랏돈을 쓰는 일인데 경제적으로 어떻게 투명하게 잘 써서 지역의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재단의 설립 목적인데, 그런 것들이 늘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고혁진 회장은 "오늘의 토론회는 찬반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타당성검토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을 패널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런 내용을 먼저 알려주고, 중요한 내용을 갖고 재차 발전시키든가 해야하는데, 지금은 마치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시중 위원장은 "감사위에서 타당성 검토위원회 구성해서 운영하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구속력이 없다. 타당성 검토를 했다고 하면 반드시 도민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투명하게 제시해서 따져보겠다, 어떤 사회든 간에 도민혈세를 쓴다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이와 관련 문화예술제단 관계자는 "오늘 나온 내용들은 정리해서 추석 명절 전에 타당성검토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타당섬검토위가 감사위 감사 결과에 따라 만들어진 위원회인만큼 그 안에서 오늘 토론회의 내용들을 심도있게 고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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