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정재숙,-서명숙- 문소리 가치나눔 공감 콘서트

세계자연유산에 대해 들려주는 가치나눔 ‘공감’ 토크콘서트가 19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잔디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숙 문화재청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영화배우 문소리씨.
세계자연유산에 대해 들려주는 가치나눔 ‘공감’ 토크콘서트가 19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잔디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숙 문화재청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영화배우 문소리씨.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영화배우 문소리씨. 3인 3색 세 명의 여성이 세계자연유산에 대해 들려주는 가치나눔 ‘공감’ 토크콘서트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잔디광장에서 19일 열렸다.

이들은 콘서트 시작에 앞서 '2020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불의 숨길’ 일부 구간을 함께 걸었다.  

정재숙 청장은 수천 년 전 만들어진 용암동굴을 걷고 있자니 감탄 아닌 경탄이 절로 나왔단다. 용암동굴이 품은 수천 년의 시간을 1시간 30분짜리 영화로 농축한 느낌이었을까. 문소리 씨는 용암교에 펼쳐진 풍경을 보자마자 영화감독들 이름이 떠올랐다고 한다. 

기관장, 이사장, 배우 얼핏 보면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들 인연은 생각보다 깊었다. 정재숙 청장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같은 과 출신인 데다 학보사 선후배다. 둘 다 기자 출신이기도 하다. 

정 청장은 “제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면서 길이 달라지는가 하더니 문화재청과 세계자연유산이 있는 제주도는 뗄 수 없는 관계더라”며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을 소개했다.

배우 문소리 씨가 “동문은 아니지만, 저도 교육학과였다”라며 인연을 더했다. “교육학과 출신의 비교육적인 세 사람”이라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낸 건 서명숙 이사장이였다. 

서명숙 이사장과 문소리 씨는 오랜 길벗이다. 서 이사장이 새길을 발견하면 문 씨는 곧장 제주로 온단다. 연기만큼 좋아하는 게 걷기라서다. 서 이사장을 알게 된 이후 “걷자” 그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주도에 오다 보니 모슬포에 거처까지 마련했다.

‘불의 숨길’을 두 번 걸었다는 서 이사장은 “올레길이 제주의 속살을 보는 힐링길이라면 용암길은 인류의 기원까지 생각하는 사색길이다. 같은 제주도라 믿기 힘든 전혀 다른 시간성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이나마 매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정재숙 청장에게 전했다.

문화재청은 2019년 개청 20년을 맞아 보존 중심에서 활용에도 중점을 두는 방안으로 그 기조를 변화하고 있다. 2020 세계유산축전 사업이 그 시작점이다.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새로 추진한 사업이다. 

반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첫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문화재청이 이 행사를 강행한 이유는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을 살고 있는 시민에게 숨 쉴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어서다.

당초 대규모 행사로 기획된 세계유산축전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매우 제한된 인원으로 행사를 치렀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최한 제주도의 경우 사전예약을 통해 프로그램 참여 인원을 모집했고 프로그램별 정원도 6명~20명 정도로 제한했다. 

정재숙 청장은 “올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려고 했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새해에는 3곳이 아닌 범위를 더 넓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역설적이게도 인원수 제한이 세계자연유산을 활용한 행사에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제적 방역 대책이 훼손되기 쉬운 자연유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 청장은 “자연유산의 경우 관람객을 제한해 운영한 것이 보존 차원에서 나을 수도 있다. 문화재청이 보호하는 곳이 코로나19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숨길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이야기나 나오자 서명숙 이사장이 최근 힘들었던 근황을 털어놨다. 올레길을 함께 만든 동생이 세상을 달리한 데다 코로나19 상황이 겹쳐 세워둔 유라시아 여행 계획도 모두 틀어졌다.

서 이사장은 "이럴 때면 행운의 여신은 절대로 아름답거나 고상한 모습으로 오는 법이 없다던  故김대중 대통령을 말을 떠올린다. 쉰을 넘으니 그 말을 몇 년에 한 번씩 실감하게 된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메시지를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영화 홍보 차 바빴을 문 씨는 “덕분에 좋아하는 제주도를 걷는 것도 좋지만 마음 한편이 무겁다. 미래가 불안한 이쪽 업계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문씨는 "텅 빈 극장에서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가 수두룩하다. 공연을 못 해 쿠팡맨이 된 이들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위로가 필요한데 자연 만큼 큰 위로는 없는 것 같다”며 주최 측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토크가 끝나자 관객석에서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아내와 함께 여행 온 성씨는 현직에서 은퇴하고 이곳저곳 여행하다가 지난 3월 제주도를 처음 다녀갔다. 40여일 머물면서 올레길을 완주하고 그 감회를 잊을 수 없어 9월 다시 제주를 찾았다. 

마침 축전 소식을 접했는데 인원수 제한으로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녹록치 않았다. 겨우 ‘불의 숨길’만 신청했는데 인류의 근본과 뿌리를 본 것 같아 주최 측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만 최근 제주도 내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우려도 표출했다.

이에 정재숙 청장은 “제주도는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개발허가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은 노력 하겠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문화재로 지정하고 싶은 제주 자연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정재숙 청장은 “마음 같아서는 제주도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가치 나눔 ‘공감’ 콘서트는 인문과 자연과학 등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과 세계자연유산을 함께 이야기하는 열린 토크 프로그램이다. 

11일부터 이날까지 5차례 열린 가치나눔 ‘공감’ 토크 콘서트는 사진작가 강정효, 무용수 차진엽, 독일기자 안톤 슐츠, 작가 한비야가 먼저 이야기를 채웠다. 이날이 마지막 토크 콘서트였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17일간 열리는 ‘2020 세계유산축전’은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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