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13) 청정 제주 표고 과자 만드는 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 김중태·팡샨뉘 부부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 제주서 표고버섯과 비트, 브로콜리 등 원물 그대로를 담아낸 과자를 통해 제주를 알리고 있는 김중태·팡샨뉘 부부.

부부는 제주산 표고의 가능성을 엿보고 2013년 제주로 내려와 정착한 뒤 6차산업을 통해 제주를 알리는 중이다. 제주 표고를 널리 알려 제주서 생산한 농산물이라면 뭐든 믿고 먹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생산 과다와 비상품으로 몸살을 앓는 농가를 도와 같이의 가치를 살리고 싶다는 김중태 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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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을 통해 제주를 알리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김중태 대표. 아내를 생각하는 만큼이나 제주를 사랑하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처음엔 아내가 많이 지친 데다 몸이 안 좋은 상태라 심신을 달래러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제주에 내려오니 물 좋고 공기가 맑은 덕분인지 금세 회복되더군요. 아내도 제주 자연에 감동했죠. 그러다 보니 제주의 자연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무기력증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내 팡샨뉘(57) 씨를 데리고 제주로 내려온 김중태(65) 씨. 그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제주를 통해 건강을 되찾겠다며 귀촌을 결심했다. 제주의 자연 덕분인지 아내는 금세 제 모습을 되찾고 중태 씨에게 표고버섯을 키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단다.

중태 씨는 사업성이 뛰어난 아내의 말고 제주 환경을 믿고 4000여㎡(약 1200평)에 달하는 하우스에서 제주산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표고가 자라기 좋은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제주는 부부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처음엔 의욕이 넘친 탓에 표고를 수요보다 넘게 생산해버려 주위 농가의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표고 원물 그대로의 장점을 살린 가공품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를 통해 다른 농가의 표고까지도 매입해 가공품으로 만든다면 상생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표고버섯생산자연합회에 가입한 뒤 상생을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중태 씨는 제주 표고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유명한 토산품이었다는 기록이 있는 터라 제주를 알릴 좋은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종실록 151권, 지리지 전라도 제주목에 나타난 표고 관련 문헌. 붉은 테두리 안을 살펴보면 제주목 토공(土貢) 중 하나로 표고(蔈膏)가 나타난다.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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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톱밥에서 자라난 표고버섯. 사진=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 ⓒ제주의소리

제주 표고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다.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 제주목(濟州牧) 기록에는 공물로 바치던 제주 토산물, 토공(土貢) 중 하나로 비자, 감귤, 옥두어를 비롯해 표고가 있었다는 기록이 나타난다. 

이어 영조 45년 <영조실록> 113권 ‘신회가 제향에 쓰이는 비자·표고를 선혜청에서 진배하는 일에 대해 아뢰다’라는 기록에 따르면 ‘제향(祭享)에 쓰이는 비자(榧子)·표고(蔈古)는 제주(濟州)에서 봉진(封進)하던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다시 말해 ‘제사에 쓰이는 비자·표고는 제주에서 임금에게 진상하는 물건을 봉해 올리던 것’이라는 기록을 통해 제주 표고가 임금에게 진상됐음을 알 수 있다. 

중태 씨는 이처럼 훌륭한 제주 표고를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과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서 원물 그대로의 맛을 살리면서도 영양분 손실을 막기 위해 ‘저온 진공 프라잉’기법을 개발해 2019년 특허를 내기도 했다.

특허 ‘표고버섯 과자의 제조방법(제10-1959851호)’은 채취한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표고를 급냉, 당침, 진공유탕 등 과정을 통해 천연 표고버섯 과자를 제조하는 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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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표고버섯 과자의 제조방법(제10-1959851호)’. 사진=특허청.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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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받은 기술로 만든 표고버섯 과자. 사진=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 ⓒ제주의소리

특허에 대해 “주문 제작한 진공 유탕기를 통해 표고버섯 과자를 만들고 있다. 진공 유탕기에서 과자를 만들게 되면 기름이 산화되지 않으며 표고 수분이 제거되고 기름도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영양분 손실을 막으면서도 원물의 맛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중태 씨는 특허를 통해 만들어내는 표고버섯 과자와 더불어 비트, 브로콜리도 과자로 가공하고 있다. 청정 제주 농산물의 가능성을 엿봄과 동시에 과다 생산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비상품을 버려야만 하는 농민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상품 농산물을 가공해 농민 시름을 덜고 제주를 알릴 수 있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것. 중태 씨는 수매를 통해 농가를 돕고 지역 상생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OEM 주문제작 방식 등을 통해 힘을 보태는 중이다.

“물 좋고 공기 맑은 청정 제주서 표고를 재배하며 제주의 모든 농산물이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표고 가공을 통해 제주를 더 알린다면 다른 농산물도 힘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다른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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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식회사는 2018년 미국, 베트남 등 해외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맺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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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식회사는 참나무를 사용하거나 참나무 톱밥을 발효시킨 뒤 표고버섯 종균을 심어 재배하는 방식으로 제주 표고를 키워내고 있다. 수명이 다한 톱밥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퇴비로 재활용 된다. 사진=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 ⓒ제주의소리

부부의 노력 끝에 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식회사는 2015년 설립 이후 2016년 제주대 창업선도대학 창업자 선정, 2018년 6차산업 인증, 2019년 특허청 특허 등록 등 성과를 이뤄냈다. 이 과정서 제주6차센터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수출하고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제주6차센터가 해외판로를 열어준 덕분에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디딤돌 멘토링을 통해 최근 싱가포르로 수출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란다. 중태 씨는 다양한 활로를 열어주고 있는 6차산업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흔히들 퇴직하고 농사나 지으러 가야겠다고 우스개를 하는데 농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낭만적인 꿈만 가지고 귀촌에 뛰어든 분들이 포기하고 올라가는 모습을 많이 봤죠. 귀촌 생각이 있다면 6차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보고 제주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새내기 농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실제로 체험 프로그램 일환으로 표고버섯 농장 일부를 떼주고 재배할 수 있도록 해 귀촌을 돕는다고 했다. 경험과 지식이 없으니 작게나마 표고를 재배해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중태 씨는 “농사짓는 일이 자기 자신과 맞는지 경험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준비하는 시간을 아까워 말고 다양한 정보를 모아야 한다”라며 “제주6차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나 같은 경우도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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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을 재배할 때 사용하는 참나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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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의 '레드비트' 과자. 사진=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 ⓒ제주의소리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표고를 생산, 가공하다 보니 제주 농산물이 너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타깝게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해 제주를 좀 더 드러내고자 한다”면서 “다른 농가를 도울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작게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로 내려와 제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김중태·팡샨뉘 부부. 주변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건강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그들의 행보가 제주농업의 가치를 더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식회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11(봉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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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즐거운주식회사 매장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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