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 9일간 최대 30만명 방문 예상…방역수칙 준수 필수

코로나 19를 물리치려면 결국 백신 밖에 답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생태학자로 꼽히는 최재천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민국 대표 석학 6명이 코로나 19 이후 신 인류의 미래를 논한 <코로나 사피엔스>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류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최 교수의 통찰이 녹아있다.

그에 따르면, 백신은 늘 뒷북을 칠 수 밖에 없다. 바이러스의 창궐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떠올려보라.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인류를 덮칠지 모른다. 그것도 머지않아.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려면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 팬데믹을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함이 부른 참사로 규정한다. 인간이 자꾸 자연에 침범해 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럴진대 화학백신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문명의 근간이 흔들리는 재앙 앞에서도 근본적인 성찰이 없는 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백신을 개발한다며 몇 년을 허덕이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최 교수의 메시지다.  

그가 제시하는 답은 두 가지다. 행동백신과 생태백신. 생태백신은 바이러스가 숲속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인간의 탐욕이 ‘숲’을 침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행동백신은 요즘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예로 들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딱 2주만 모든 걸 멈춰보자”고 제안한다. 확진자가 없고, 아무도 아프지 않은 상태를 목표로 삼으면 사태가 굉장히 오래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려있다. 

시기적으로 딱 들어맞는 제안이다. 정부가 틈만 나면 강조해온 추석절 이동 자제 권고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추석을 전후해 2주간의 특별방역기간을 정해놓기도 했다. 추석 연휴를 가을철 대유행의 분수령으로 본 것이다. 코로나 19 일일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떨어진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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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아 힐링의 섬 제주에서 ‘추캉스’를 즐기려는 인원이 다음 달 4일까지 30만 명 이상으로 예상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며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제주의소리

당국이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할 때마다 곁들이는 말이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이런 말씀 드려서 송구하다”는 표현이다. 그만큼 명절 차례는 일종의 민족 신앙처럼 여겨져온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차례를 생략했다는 역사적 기록까지 들춰냈겠는가. 

허나 따지고보면, 조선초까지만 해도 누구나 다 제사를 지낸 건 아니었다. 신분과 지위에 따라 봉사 댓수(代數)를 달리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 풍속이 변하듯 제사도 변천을 거듭했다는 얘기다. 

추석절 여행객들의 ‘호텔 차례’를 근본도 모른다고 쏘아붙였던 게 불과 엊그제다. 급기야 코로나 19는 우리네 명절 풍속을 순식간에 바꿔놓을 판이다. 

이제 문제는 차례를 지내느니 못지내느니 차원을 넘어섰다. ‘여행객의 대이동’이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추캉스(추석연휴+바캉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신독(愼獨)까지는 아니어도, K방역을 일군 대다수 국민의 마음가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 블루를 떨쳐버리고픈 마음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다. 

‘힐링의 섬’ 제주가 최대 집결지가 될 듯 하다.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9일간 최대 30만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성수기 하루 평균 방문객 수와 맞먹는 인원이라고 한다.

방역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제주는 외부 유입에 민감한 지역이다. 지금까지 제주에서는 59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나, 지역 감염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는 걸 물리적으로 막아서지는 못한다.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수 밖에 없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동선을 최소화하고, 체온이 높으면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진 숙소 등에서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어느때보다 ‘흩어져야 사는’ 시기다. 일주일간 아예 문을 걸어 잠궈야 하는 업소들의 고충도 헤아려야 한다. 올 추석에는 식구끼리만 차례를 지내겠다는 이웃이 주변에 한 둘이 아니다. 도민들도 다 그렇게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누구든 지금은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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