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모든 수술에는 후유증이 따른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알려진 충수돌기염(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 수술에도 수술흔(手術痕)이 남는 것부터 복막염이나 장폐색(腸閉塞)으로 죽기도 한다. 그러니 수술에 따르는 이득과 손해를 잘 따져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책에도 마찬가지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장점만 생각하며 정책을 마련하였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쉽다. 또 현재의 이점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먼 미래에 나타날 후유증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요즘 국가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에 공공의대 설립과 다중대표소송제가 있다. 공공의대 설립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시골이나 특수 분야의 의사가 모자라니 일 년에 400명 정도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공공의대를 만들어 졸업생들을 이 분야에 10년 동안 복무하도록 하자는 제도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정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는가 하는데 있다.

요즘 환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병의원들이 많다.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국민들께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니 감염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 갔다가 코로나 19에 걸릴까봐 감기나 관절통 정도의 증상으로는 병원에 가기를 꺼려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아원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단체생활이 줄어들어 소아과인 경우 평소의 70~80%, 안과나 이비인후과인 경우도 30~40% 환자가 줄었고 종합병원들도 10% 이상 줄었다.

잘 알려진 통계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병의원 방문은 다른 나라보다 거의 배가 된다고 한다. 즉 다른 나라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을 정도의 증상에도 병원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의사들이 병원 방문 기회를 늘리는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진료로는 병의원을 운영할 수 없으니 박리다매 식으로 병의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는 예다. 그러므로 의사 수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는 것은 국민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체로 보면 의사 수가 50% 증가하면 의료비는 2배가 되며, 의사 수가 2배가 되면 의료비는 4배로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의사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렇게 불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순기능이 있지만, 역기능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주사의 지분 0.01%만 가져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니 상장된 우리나라 중견기업 60 군데 중 58곳이 1억 원 이하의 지분으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금이야 위험이 적지만, 지금처럼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 조만간 줄소송이 벌어질 것이 빤하다. 변호사들이 남아돌면 자기들 밥벌이를 위해서도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런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리되면 미국의 ‘식코’와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병원마다 소송에 대비해 보험에 들어야 하며, 그 비용은 결국 진료비에 첨가되고, 소송에 걸리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 등 과잉진료가 늘어나게 되어 의료비 증가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우리 제주도의 경우도 지금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제2공항 문제다. 한창 관광 성수기가 되면 도민들의 뭍 나들이가 어려워 현 공항을 확장하든 제2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성산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정책이 마련되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꽤 심하다. 

그런데 어떤 정책을 마련하든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강정 해군기지 때와 마찬가지로 제2공항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은 다음에 과연 어디가 적지(適地)인지는 과학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

제2공항을 추진하시는 분들은 조만간 제주도의 공항 이용자 수가 연간 4000만 명에 이를 것이니 이를 수용하려면 제2공항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4000만명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결국 4000만 명의 관광객을 항공으로 수송하려면 제2공항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에 이해가 간다.

그런데 과연 우리 제주도가 관광객을 4000만 명이나 감당할 수가 있을까?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도민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관광객들이 2박3일 일정이라 하더라도 제주도 인구가 30만 명 불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관광객들을 위하여 10만 이상의 서비스 인구가 늘어나야 하고, 이들이 하루 종일 도내를 돌아다니니 지금보다 도로가 배로 늘어나야 하며, 교통수단도 적어도 20~30% 증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결국 관광객이 400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은 도민들의 행복에 결정적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의소리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의소리

해결책은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제주공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2공항보다는 해저터널을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태풍이 불어도 뭍 나들이가 끊어지지 않아 제주도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도민들의 행복에 더 기여하게 될까를 생각해야 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는 어떤 현안과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 제언 등 자유로운 논의를 펼칠 수 있는 오피니언(opinion) 공간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