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36) human 인간

hu·man [hjúːmǝn] n. 인간(人間)
사름은 땅이고 흙이여
(사람은 땅이고 흙이다)

human은 hum “땅/토양(=earth)”과 –an “--에 속한(=belonging to)”의 결합이다. 이 hum에서 나온 낱말로는 humanism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e “인정(人情)이 있는”, humble “겸손(謙遜)한/비천(卑賤)한”, humiliate “굴욕(屈辱)을 주다” 등이 있다. human의 어원적 의미는 “땅에 속한 존재”이다. 동·서양(East and West)을 막론하여 “인간은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환토관(還土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야훼 하느님께서 땅과 하늘을 만드시던 때였다. 땅에는 아직 나무도 없었고, 풀도 돋아나지 않았다. 야훼 하느님께서 아직 땅에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땅을 갈 사람도 아직 없었던 것이다. 마침 땅에서 물이 솟아 온 땅을 적시자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 창세기(Genesis) 2:3~7 -

“흙내였다. 그것이 흙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일찍이 그가 어렸을 때 듣던 아버지의 음성이 바로 귓전에서 울리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흙내를 맡아야 산다. 너도 공부를 하고 나선 나와 농사나 짓자.’……그러나 조소하던 그 말이 지금 그의 마음을 꾹 하니 사로잡는 것이었다. ‘집으로 가자, 흙을 만지자.’, ‘흙냄새를 싫어하는 것이 사람이냐?’” 
- 이무영 <제1과 제1장>중에서 - 

인간에게 땅과 흙은 생존과 삶의 근간(basis)이다. 인간은 흙을 떠나서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흙과 깊이 친화하고 늘 넓은 땅을 희구하며 살아왔다. 흙에 담긴 정신적 의미(spiritual meaning)는 고향(hometown)으로서의 땅과 흙이다. 그 땅에서 태어났으며 조상(ancestors)의 피와 땀이 섞인 흙에서 자신의 뿌리와 가치관(values)을 찾는 토착적(native) 사고가 땅과 흙을 고향과 동일시(identification)하고, 태어난 땅과 흙을 떠날 수 없으며 어느 때고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생각할 ‘思’라는 한자도 밭 ‘田’과 마음 ‘心’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겠는가.

우리들 삶의 토양이 더 이상 죽음의 토양으로 바뀌어가지 않도록 온 인류의 양심(conscience)과 지혜(wisdom)가 모아져야만 할 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우리들 삶의 토양이 더 이상 죽음의 토양으로 바뀌어가지 않도록 온 인류의 양심(conscience)과 지혜(wisdom)가 모아져야만 할 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렇듯 인간 그 자체였던 땅과 흙이 인간에 의해 오염(contamination)되면서 이제는 회복불가능한(irrevocable)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살충제·제초제·살균제의 과다사용(abuse)은 흙에 오염된 농약이 먹이사슬(food chain)을 통해 인체에까지 도달된다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토양 미생물을 치사(致死)시킴으로써 흙의 생태계(eco-system)를 파괴하고 있고, 산업폐수(industrial wastewater)에 함유된 중금속 독성(toxic heavy metal) 또한 토양생태계의 생물들에게 급성 또는 만성의 영향을 끼치면서 흙을 병들게 하고 있다. 각종 연소(combustion)나 공해(pollution)를 통해 배출되는 가스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산성비(acid rain)는 흙의 입자들이 갖는 각종 무기 및 유기영양소의 저장기능을 상실케 함으로써 흙의 생태계를 병든 상태에서 숨만 쉬고 살아가게 하고 있으며, 갖가지 생활 쓰레기 더미도 토양생물의 균형있는 번식과 기능을 저해하면서 토양의 호흡을 마비시키고 있다.

인류의 문명(civilization)은 땅과 흙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현대문명은 자연친화적인(eco-friendly) 초심을 잃어버린 체 인간을 그 땅과 흙으로부터 떨어뜨리면서 인간성을 점점 메말라가게 하고 있으며, 거기에 심각한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각종 새로운 질병을 잇달아 일으키고 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1944-2015)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단순히 변화하고 있는 중이 아니라 탈바꿈 중이다.”라고 갈파하였다. 그 탈바꿈(transformation)의 와중에서 우리들 삶의 토양이 더 이상 죽음의 토양으로 바뀌어가지 않도록 온 인류의 양심(conscience)과 지혜(wisdom)가 모아져야만 할 때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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