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14) 각국 대표 찬사 이어지는 제주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성주엽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분재를 볼 때는 허리를 숙이고 자세를 낮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봐야 합니다. 나무가 만들어 낸 가지 사이의 결과 생명력이 돋아난 흔적, 바람과 햇살이 통하는 길을 봐야 나무를 이해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춰야 합니다.”

1968년부터 북제주군 한경면 황무지 땅을 개척해 세계가 인정하는 정원을 일궈낸 성범영(81) 원장과 부친을 도와 정원을 함께 돌보고 있는 성주엽(56) 대표. 제주의 멋이 담긴 정원을 만들어 낸 6차산업인이다.

아름다운 제주 자연에 반해 정원을 일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숱한 역경을 헤쳐온 성범영 원장. 그가 일군 정원 한편엔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분재에는 철학이 담겨있고 나무에는 인생이 담겨있다는 성범영 원장과 성주엽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제주의소리
제주 자치를 온전히 정원에 녹여낸 농부 성범영(81.사진 왼쪽) 생각하는 정원 원장과 성주엽(56) 대표. 그들은 6차산업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가 인정한 정원으로 대한민국 문화관광 강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자세를 낮추고 바라본 분재는 부자의 말 그대로 생명력이 담긴 자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분재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나무와 분재를 정성스레 돌보며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치와 철학을 배운 성범영 원장과 성주엽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분재를 감상하는 방법부터 설명했다.

분재는 녹음이 우거졌을 때 허리를 숙여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봐야 한다는 것. 오랫동안 햇볕과 바람, 서리와 이슬을 맞으며 이뤄진 자태를 낮은 자세로 봐야만 분재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세를 낮춰야만 가능하단다. 이해하다 라는 의미가 담긴 영어 어휘 ‘understand’처럼 under ‘…아래에’와 stand ‘서다’의 결합으로 자신을 낮춰야지만 비로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또 화초나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분재는 적절한 때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죽는다며, 사람 역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자신만의 틀 안에 갇힌다면 성장하지 못하고 썩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처럼 나무와 분재를 통해 살아가는 지혜와 자신만의 철학을 키워갈 수 있다는 부자(父子)는 정원 곳곳에 인생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글들을 적어뒀다며 정독을 권했다. 

시인 김미영은 생각하는 정원을 다녀간 뒤 ‘생각하는 정원을 그냥 보고 가면 1/10을 얻어가는 것이고 글까지 읽고 가면 7/10을, 생각을 품어가면 열을 다 얻어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여유 있게 나무와 분재를 감상하며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정원 안에 있는 소나무. 성 대표는 정원을 이루고 있는 대다수는 소나무, 향나무 등 정원수라고 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생각하는 정원 안 분재. ⓒ제주의소리

생각하는 정원은 1992년 3만6000㎡ 규모로 문을 연 뒤 1998년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 2005년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 등 중국 대표 인사와 몽골,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인사들이 연이어 방문할 정도로 유명하다. 

중국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1995년 정원을 방문한 뒤 중국으로 가서 ‘농부가 혼자 힘으로 이룩한 한국의 생각하는 정원에 가서 개척정신을 배워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중국 9학년 교과서에는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이 한국 정신문화의 상징으로 소개됐다. 교과서는 개원 과정과 계기 등 농부의 힘으로 정원을 일궈낸 이야기가 실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원을 일구겠다는 목표 아래 구슬땀을 흘린 끝에 성 원장은 2007년 신지식인 농업인상, 2009년 제주도 문화상, 2011년 주한중국광주총영사관 중한우호공헌상, 2012년 농림부장관상 등을 받았다.

생각하는 정원 역시 2008년 제주도 우수관광사업체 지정을 시작으로 2013년 제주도 건축문화 대상, 2014년 제주도 덕산문화대상, 2017년 6차산업 인증, 2020년 트래블러스 초이스 어워드 수상, 2018, 2020년 한국관광공사 코리아 유니크 베뉴 선정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서 수상했다.

성 원장은 “정원 하나로 대한민국 관광문화 강국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다양한 국가서 인정받은 만큼 지구촌 사람들을 제주도로 오게 해 대한민국 관광을 살릴 것”이라며 “제주 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정원에서 삶을 알아가고 문화를 배워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성 원장은 정원에 가장 일찍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갈 정도로 열정으로 이 공간을 돌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정원을 만들어 대한민국 제주를 알리겠다는 다짐과 자신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생각하는 정원에 마련된 호수. ⓒ제주의소리

이런 성 원장에 대해 성주엽 대표는 “아버지는 제주와 자연을 사랑하는 분이다. 농부라는 생각을 절대 잊지 않으시고 새벽에 나오셔서 가장 늦게 들어가실 정도로 부지런하시다”라며 “정원에 제주와 한국을 녹여내 우수한 문화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계신다”라고 소개했다.

성 대표의 말처럼 생각하는 정원에는 현무암으로 쌓인 돌들과 귤나무 등 제주만의 정서가 녹아 있다. 돌담은 황무지를 개간하며 평평한 돌만 일일이 골라 인위적으로 깎지 않고 쌓을 만큼 정성이 들어갔다. 귤나무 역시 쉽게 볼 수 없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기도 한다.

정원은 대한민국 대표정원·국가지정 민간정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IMF 당시엔 정원이 경매로 넘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부자는 그 아픔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틔워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정원의 중심 주제는 평화와 행복이 됐다. 하지만 생각하는 정원은 IMF 당시 위기처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원 내부 건물서 운영하던 뷔페는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영업을 중단하다 최근에야 갈치와 옥돔을 파는 전통음식점으로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더불어 성 대표는 6차산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제주 농가와 상생할 방안을 마련했다. 6차산업 인증업체 제품을 정원 안 카페와 식당서 소개하고 믿을 수 있는 6차산업인의 원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

이를 통해 제주 6차산업에 기여하고 농업인들의 융복합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정원 역시 분재를 생산·판매키도 하고 맷돌 커피 만들기 같은 특별한 체험과 제주도교육청 전통문화인성교육으로 공식 지정된 ‘나무야 놀자’ 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제주의소리
생각하는 정원 카페 '돌오름'에서는 공원 전경과 더불어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싶다는 부자의 가치가 담겼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생각하는 정원 안 소나무. ⓒ제주의소리

성 원장은 정원에 대해 “나무의 종류나 숫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생각할 수 있는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오시는 분들이 보고 깨달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정원을 일구며 깨달은 진리와 철학을 통해 교육문화정원을 만들고 싶다. 나무와 분재에 깃든 이치를 알게 된다면 제주도와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나무와 분재를 통해 제주를 알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분재, 문화예술 강국으로 만들어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부자.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그들의 겸손함이 제주의 긍지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청원 생각하는 정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675(저지리)

ⓒ제주의소리
생각하는 정원 입구.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