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한 제주지방법원장(사진 왼쪽)과 박찬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인 성폭행 무죄사건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창한 제주지방법원장(왼쪽)과 박찬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오른쪽)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인 성폭행 무죄사건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이 무죄를 선고 받은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 법원과 검찰이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제주지방법원과 제주지방검찰청을 상대로 2020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갑)은 이날 이창한 제주지방법원장과 박찬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중국인 성폭행 무죄 사건에 대한 진위를 물었다.

박 지검장은 “지난해 연말에 기소됐고 1회 기일이 3월에 열렸다. 그 사이 인사 이동이 있었고 3개월이 더 지나서야 1회 기일이 잡혔다. 재판 중에 검사가 3차례나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증거 능력이 부여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형사사법공조에 의해서 증인 심문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냈다. 기록에 남아 있다”며 책임을 법원에 돌렸다.

그러나 이 법원장은 “증인(피해자)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수사단계의 진술이 증거로 쓰이지 못했다. 국제형사사법 공조 요청이 있었다면 진술이 가능했다”며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검찰 주장은 왜곡됐다. 첫 기일에 재판장은 피해자가 출국해 진술조사의 증거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감지했고 조언까지 했다. 소송 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법원장은 특히 “구속만기가 도래했고 형사사법공조 요청에도 시일이 촉박해 선고를 했다. 재판장은 적절한 조치를 한 것”이라며 “검찰측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양측의 공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봐야겠다. 두 기관이 재판 진행에 있어서 호흡을 못 맞춰서 누가 봐도 이상한 결론이 나오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선 A(43)씨는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신분이던 2019년 12월24일 서귀포시 거주지에서 중국인 여성 B(44)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여성이 이를 거부하자,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몸을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이어 주방에 있던 흉기로 위협하고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월20일 A씨를 구속기소했지만 피해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던 3월7일 돌연 중국으로 출국했다.

형사소송법상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외국거주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법정 심문없이 검찰 진술서만으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상 예외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7월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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